칼라일 '中 기업 사재기'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세계적인 사모투자펀드(PEF)인 칼라일그룹이 중국 기업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칼라일그룹이 앞으로 18개월 동안 중국 기업들의 지분 인수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21일 보도했다.

모토로라.GM 등 일반 대기업들이 중국에 합작공장을 설립하면서 이정도 규모의 투자를 한 적은 있지만 사모펀드가 최대 수억달러 규모의 대기업 사냥에 나선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특히 칼라일은 전 세계에서 약 18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 등 거물들을 고문으로 영입하고 있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다.

칼라일 등 사모펀드들이 중국을 주목하는 것은 중국 경제가 매년 9%대 고성장을 거듭하면서 매력적인 기업인수 시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2002년 1억2600만달러 수준이던 사모펀드들의 중국 투자도 지난해 12억달러로 10배가량 급증했다.

양샹둥 칼라일 아시아 기업인수펀드 담당 이사는 "중국 투자가 칼라일의 황금기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펀드들은 이미 중국 신생 기술기업을 상대로 한 벤처캐피털 부문 투자로 10배이상의 고소득을 올린 바 있다. 칼라일은 지난해 11월 상장한 온라인 여행사 C트립에 초기 800만달러를 투자해 1억달러를 벌어들였다.

베어링PEF도 지난 5년간 중국 벤처기업에 2700만달러를 투자해 4배가량인 1억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모집한 자금을 국외로 송금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점은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는 3~5년의 단기투자에는 제약 요인이 됐었다. 따라서 칼라일 등 사모펀드들이 이런 제약이 없는 대기업 상대 기업인수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칼라일 기업인수펀드는 연간 2억달러의 매출을 거두는 소비재부문 기업과 같은 기존 대기업들을 인수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AWSJ는 전했다.

양이사는 "신생 비상장 기업이 아니라 기존 대기업에 투자할 경우 투자이익을 해외로 송금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