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승주 前외무.레이니 美대사-4자회담 관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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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승주(韓昇洲)고려대 정책과학대학원장(전외무장관)은 지난19일 제임스 레이니 주한미대사의 초청으로 정동 미대사관저에서 만나 한.미 정상이 16일 제안한 4자회담에 대한 대담을 가졌다.본사는 이 대담 내용을 단독 입수,요약해 싣는다 .
[편집자註] ▶레이니대사=4자회담에 대한 한국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한승주원장=국민들은 이 제안이 건설적이며 시의적절했다고 보고 있습니다.단지 다음의 두가지 문제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존재합니다.첫째는 4자회담이 시작되고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둘째는 남북한이 앞으로 일부 사안에 대해 합의한다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이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것인지 하는 점입니다. ▶레이니=한.미 정상은 4자회담의 주요 당사자가 남북한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미국은 이 과정에서 주역이 아니라 회담의 목적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안전판 역(enabler)을 맡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북한과 쌍무협상을 하지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새로운 체제에 합의하기 전까지 정전협정은 유지돼야할 것입니다.그러나 그 이상의 문제는 전적으로 한민족에달려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한반도 주변상황이 점점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있습니다.현재 북한은 식량부족등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회담이 성사되고 북한에 경제원조등의 적절 한 긴장완화조치가 이뤄질 경우 잠재적 위기가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韓=저도 북한이 이 제의를 긍정적으로 답변하기를 바랍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고 동시에 한국.미국과 대화를 시작할 경우 반대급부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과거 정전협정에 참여하고 또 서명한 미국.중국등도 회담에 참여해야할 필요와 명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협정이행을위해서는 관계국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남북한은 지난 92년1월 상호불가침.화해.교류협력등에 대해 합의했습니다.이에 따르면 양국은 정전체제의 어떠한 변화에 대해서도 상호 토론을 거쳐야 합니다.그러나 외부의 보장에 대한 언급이 없는 단순한 합의였던 탓에 이행되지 않아도 별 도리가 없습니다.따라서 미국.중국의 참여가 중요한 것입니다.이 제의에 대해 미국 의회와 언론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레이니=「신중한 지지」라는 말로 표현될수 있을 것입니다.지지가 「신중」한 이유는 미국이 그동안 북한과 오랫동안 접촉해 오면서 여러번 실망했고 따라서 『과연 잘될수 있을까』하는 회의론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북한의 공동경비구역 침범으로 인해 미국 언론이 긴장한 적이 있습니다.미국정부 내의 사람들도 제 생각에 동의하리라 생각합니다만 그것은 사실 정치극(Political Theater)이었습니다.치밀한 계획아래 북한이 점점 더 절실 하게 한반도긴장완화를 원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신호였던 것이지요.
▶韓=북한은 공동경비구역 침범으로 선수를 친 셈입니다.이에대해 한.미 정상은 4자회담 제안을 통해 공을 북쪽으로 넘겼지요.이제 북한이 대답할 차례입니다.
▶레이니=북측도 평화회담을 원한다고 거듭 밝혔습니다.북한은 미국과 쌍무협상을 갖기를 원합니다.그러나 이는 불가능합니다.북한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당사자인 한국과 마주 앉아야 합니다.우리는 이를 도울 준비가 돼있습니다.
북한의 반응에 모든 것을 의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제네바 기본합의처럼 대화를 통해 검증 가능한 합의사항을 늘리고 실행해나가야 합니다.
▶韓=4자회담과 관련,성과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 할것입니다.
▶레이니=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과 4자회담을 제의해놓고 다른한편으로 북한과 별도의 관계를 맺으려 하지않겠는가 하는 의문을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韓=그렇습니다.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레이니=간단히 설명할수 있습니다.북.미회담은 계속해 나갈수있습니다.그러나 제주도 제의에 비하면 부수적인 문제입니다.미군유해 송환문제는 미국민에게 정서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안입니다.미사일 문제도 전세계의 관심사입니다.
진정으로 4자회담을 지지하며 어느 것도 회담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들수 없고,또다른 목적이 없다는 것을 한국민들은 믿어야합니다.우리는 북한에 대해 어떤 복안도 없습니다.
▶韓=대다수 한국민은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든지 아니면 당분간은 버틸 것이라는 등의 상반된 추측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있습니다.북한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단계적 개방 유도 필요 ▶레이니=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할 것이라는 조짐은 없습니다.그러나 꾸준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방치할 경우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한.미 양국이 북한에 평화협정을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알린 것입니다. 북한의 문제는 한.미 양국이 북한이 붕괴되기를 바라고있다고 생각하는데 있습니다.그러나 이는 미국의 정책도 한국의 정책도 아닙니다.우리가 원하는 것은 남북한의 긴장을 완화하는 것입니다.북한이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진지한 자세를 보 여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韓=북한을 비행기에 비유한다면 폭탄을 가득 실은 고장난 폭격기라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그 폭격기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 한가운데 추락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이 비행기를 연착륙시키는 방법에 대한 대사님의 견해는 어떠 한지요.
▶레이니=우선 단계적으로 경제.사회 개방을 할수 있게끔 유도해 과거 남북한이 논의했던 국가연합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야할 것입니다.또 국제사회가 제공하는 기회에 맞춰 북한이 문을 열게끔 만들어야 합니다.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피해의식 을 버려야 합니다. ▶韓=북한이 주변국이 자신을 와해시키고자 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우리가 추구하는 합의의 형태가북한에 이익을 줘야합니다.저는 미국과 한국이 그런 상황을 조성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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