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도 네거티브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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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진영이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를 거칠게 비난하는 TV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말이 꼭 들어맞을 정도로 매케인 진영이 활용한 네거티브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다.

오바마 진영이 11일부터 미 전역에 방송하기 시작한 TV 광고는 “매케인이야말로 수십 년 동안 워싱턴 최대의 ‘유명 연예인(celebrity)’이었다”는 내레이터의 음성으로 시작된다. 앞서 매케인 측이 TV광고를 통해 오바마를 패리스 힐튼 등 가벼운 이미지의 유명 연예인에 빗댄 것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광고는 매케인이 ‘토요일 밤 라이브’ 등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을 끼워 넣어 연예인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 또 “매케인은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하는 오래된 워싱턴 춤을 추고 있다”면서 매케인이 워싱턴식 구식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케인을 로비스트에 둘러싸여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로 묘사했다. 오바마를 국민 정서와 유리된 ‘특별한 사람’으로 자리 매김한 매케인의 광고를 재활용한 셈이다.

오바마 진영은 또 백악관에서 다정한 포즈로 함께한 매케인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인기 없는 부시 대통령과 매케인을 연결시켜 매케인의 ‘독립적 행동가’ 이미지를 약화시키고 매케인 정부가 부시 3기 정부로 비춰지게 하는 전략을 재차 쓴 것이다.

오바마 진영은 그동안 매케인 진영의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을 거세게 비난해 왔다. 그러다 같은 방식으로 정면 대응하고 나선 것은 매케인의 광고가 여론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오바마가 중동과 유럽 순방을 성공리에 마친 상황에서 등장한 매케인의 오바마 비난 광고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고, 이후 오바마와 매케인의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 특히 오바마를 유명 연예인으로 규정하는 시리즈 가운데 패리스 힐튼 광고는 힐튼의 매케인 공격으로 이어지면서 연일 화제에 올랐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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