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러 접근과 한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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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5일 베이징(北京)에서 발표된 중.러공동코뮈니케는 양국관계의 긴밀화를 가시적(可視的)으로 보여준데 의미가 있으며,앞으로양국관계 진전이 동아시아 안보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점에서 주목된다.
옛소련.중국관계가 호전되기 시작한 것은 89년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중국을 방문,덩샤오핑(鄧小平)과 만나 양국간 대립을청산한다고 선언하면서부터다.그후 리펑(李鵬) 중국총리가 옛소련을 방문,국경주둔 병력감축에 합의했다.소련 붕괴 후엔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92년 12월 중국을 방문했으며,94년 9월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해 핵무기 선제불사용협정에 서명함으로써 관계개선이 계속돼 왔다.
옐친대통령과 장쩌민주석은 25일 13개 협력협정에 서명했으며,26일 상하이(上海)에서 옛소련 4개국과 중국이 국경지역에서무력불사용.군사훈련중지에 합의하는 5개국협정을 체결한다.5개국협정은 양측이 그동안 국경지역에 많은 군사력을 주둔시켜야 했던부담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러.중 접근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서로 상대방 카드를 사용하려는 것이다.지난 17일 발표된 미.일 신안보선언에 대해 중국은 미.일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불안을 느끼고 있다.한편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의 동유럽 확대를 두려워 한다.또 그동안 크게 약화된 대(對)아시아 영향력 회복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최근 러시아는 친한(親韓)외교노선에서 남북한 등거리외교로 전환하면서 대 북한 관계개선을 통한대 한반도 영향력행사에 주력하고 있다 .
이같은 상황변화에 대해 우리가 갖는 우려는 양대세력간 대립이한반도를 무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국제문제전문가들은 앞으로 냉전 아닌 「냉화」(冷和)가 한반도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간 각축장이었다.19세기말.20세기초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강대국간 세력다툼을상기하면서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주변정세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우리의 능력과 태세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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