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 신한국당대표청와대 오찬 주례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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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윤환(金潤煥) 신한국당대표에게 25일은 새로운 하루였다.그로서는 적잖은 의미를 부여할 만했다.그는 멀게는 5공말에서부터,가깝게는 지난 16개월(정무장관.대표)동안 항상 여권정국의 중심인물로 존재해왔다.그런데 이제는 여당대표라는 정상을 뒤로 하고 하산하고 있는 것이다.보기에 따라서는 백의종군이요,광야에외롭게 서있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金대표는 이날 당대표로서는 마지막으로 청와대주례회동에 다녀왔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평상시에 내놓던 차(茶)대신 오찬으로 떠나는 그를 위로했다.이 자리에서 사퇴를 확정지은 金대표는당으로 돌아왔다.모두 그의 표정을 주시했다.총선 후 과실을 채즐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이고,분명한 하산인데도 그의 표정은 밝았다. 25일 그를 접촉한 당인사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그는 金대통령과 후임 대표문제등에 대해 어느 정도 깊은 얘기를 나누었던 것으로 보인다.특히 金대통령은 「관리형」이라는 후임자의 윤곽을 귀띔해주었으며 金대표는 특정인을 천거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같은 대화의 깊이로 볼 때 金대표가 함구하고 있지만 金대통령은 예를들어 국회의장 같은 金대표의 향후공간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다.더 나아가서는 차기후보경선에서 金대표가 할 수 있는역할에 관해서도 감(感)이 오갔을 수도 있는 것 이다.
특히 金대표는 최근 자신이 대권에 도전하기보다 「거중조정 영향력」을 발휘해 다시 한번 킹메이커가 되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대표 퇴임후 그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그는현재 민주계 원로인 신상우(辛相佑)의원등과 함께 차기국회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그가 「거중조정」에 전념하려면 국회의장이란 자리는 꽤 편한 발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金대표의 향후진로가 그의 희망대로 순탄하지만은 않을 개연성도 적지 않다.자신의 공언보다 그의 실물적 파워가 작다는평가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그와 친한 이른바 허주계는 현역의원만 20명이 넘지만 결행이 필요한 시점에 과연 얼마나 그의 뜻을 따라줄 것인가도 그에게는 숙제로 남아 있다.4.11총선 결과처럼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갈망하는 시대적 정치환경도 그를 압박하고 있다.
허주(虛舟.金대표의 아호)는 새로운 항로에 나서면서 이런 거친 바람을 느끼고 있는 것같다.
그는 이 바람에 함부로 밀리지 않으려고 돛을 단단히 펴고 있다.그는 청와대로 향하기에 앞서 자택에서 기자들에게 『누구든지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서는 사람은 영남권의 지지가 없으면 절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가 정치적 배수진으로 삼고 있는 「TK 결정론」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것이다.아마도 그의 정치인생에서 마지막 게임이 될97대권정국에서 그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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