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 좌파승리요인과 정국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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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탈리아 총선에서의 좌파 승리는 우파 정권이 헌납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유권자의 25%에 이르는 중산층들이 지난 4년 동안세차례 총선을 치러야했던 정국 불안과 잇따른 부패 스캔들에 염증을 느끼고 우파 정권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새로 등장할 좌파연합정부는 옛 공산당에 뿌리를 둔 좌익민주당(PDS)이 주축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이탈리아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PDS는 냉전동안 우파의 반(反)공산주의론에 밀려 만년 제1야당에 머물러야 했던 공산당이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91년 영국 노동당식의 온건 사회주의 노선으로선회한 정당.총선 공약으로 좌파연합은 ▶정부의 사회복지관련 지출 현상유지 ▶정부 재정안정(공채과세 및 지방세 탈세 단속강화)▶유럽연합(EU)확대 반대(특히 유럽통화 통합 반대)등을 내걸었다. 그러나 좌파연합이 어느정도까지 이 정책들을 펼쳐 나갈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좌파연합 자체가 ▶온건사회주의 성향의 PDS ▶극좌 마르크스주의의 공산주의 재건당 ▶94년 해체된 기민당의 잔류파 민주동맹(중도우익)등 이질적 정치집단의 연합체다.따라서 내부갈등 극복도 큰 난제다.
총선 승리를 목표로 특별한 공통의 목표 없이 뭉친 이들 정치집단이 분열될 경우 이탈리아에는 더 심각한 정치 혼란이 벌어질가능성도 있다.
한편 움베르토 보시가 이끄는 북부동맹은 이번 총선에서도 9%안팎의 고정표를 얻어 좌우 대립 구도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수 있게 됐다.
이와관련,그간 우파 연합에 참여했던 북부동맹이 이번에도 우파와 손잡을 경우 좌파정부는 단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번 이탈리아 총선이 전후 최초의 좌파 승리로 나타남으로써 서유럽 각국의 정치 지도(地圖)는 좌.우파가 뚜렷한 우위 없이뒤섞이는 양상을 지속하고 있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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