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이 남긴것-임기후반 政局주도 발판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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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쇄적으로 가진 영수회담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정국 주도권을 재확인해 줬다.야당 대표들은 모두 金대통령에 대해 공격적이기보다 국정운영에 협조적인 태도를 표시했다.
무소속의원들을 신한국당에 영입하는 문제도 「본인 의사」를 전제로 양해를 얻었다.오히려 자민련이나 민주당은 자기당 소속 의원들을 빼가는데 우려를 표시했을 정도다.
야권과의 대화와 협조로 金대통령은 잔여 임기동안 권력누수 없이 안정적으로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특히 통일.외교.안보부문에선 야당측의 전폭적인 공조 약속을 얻어냈다.이로써 金대통령으로서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급박하게진척되고 있는 남북관계에서 야당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내적인 기반을 굳힌 것으로 평가된다.지난 6.27선거 패 배이후 야권의공세에 시달렸던 金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야당의 공격권에서 벗어났다.야당 대표들은 청와대 회동 이후 유보적이긴 하지만대선자금 청문회 주장도 슬며시 거둬들였다.
김대중(金大中)총재가 『서로 가족안부를 물었다』고 말한 것은가족문제를 더 이상 거론치 않기로 한 약속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야당대표들이 협조적으로 나온 것은 金대통령은 더 이상경쟁 상대가 아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金대통령은 『대통령을 더할 생각이 없다』『내각제는 하지 않는다』면서 남은 임기에 충실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제 경쟁은 여야 대권주자들간에 벌여야 한다.金대통령으로부터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방해를 받지 않아야 경쟁에 나설수 있다.
『대통령과 오해를 풀었다.내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대중총재),『옛정을 생각하게 하는 회담이었다』(김종필총재)는발언등은 이런 생각을 말해준다.
이 때문에 한창 물밑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야권 공조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측이 우선적으로 요구한 선거 사범 처리문제도 金대통령이 『여야 가릴 것 없이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야당측에부담만 된 셈이다.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공정성을 거듭 당부했고,심지어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는 회담을 마치 면서 『자민련을 너무 고통스럽게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김원기(金元基)민주당대표는 지역당문제와 「전두환(全斗煥)리스트」문제를 거론하며 『당장 어떤 부작용이 있더라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결국 다른 야당에 대한 압박이다.金대통령으로서는야당끼리 견제하는 힘을 얻은 것이다.
남은 것은 선거 사범을 얼마나 공정하게 처리하느냐는 문제다.
야당 대표들은 모두 여기에 협조 여부의 고리를 걸어놓고 있다.
야당당선자들만 처벌한다면 야당은 협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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