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개방 협상 내달 시작] 협상할 주요 나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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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 우리나라와 쌀 시장 개방 협상을 벌일 주요 국가는 중국.미국.호주.태국 등이다.

이 중 가장 위협적인 상대는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 쌀 재배면적의 23%와 생산량의 37%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쌀 생산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먹는 쌀알이 둥글고 단단한 중단립종(자포니카)은 주로 동북 3성(지린.랴오닝.헤이룽장) 지역에서 재배된다. 이 지역의 논 면적은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의 두배가 넘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의무 수입물량 20만t 중 58%가 중국 쌀이었다.

농림부 관계자는 "중국의 쌀 수출업자들은 한국에 쌀을 대량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되면 현재 t당 400~500달러선인 수출가격을 250~350달러선으로 낮출 수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고 전했다.

중국산 쌀에 관세를 꽤 높게 매겨도 국산보다 20~30% 싼값에 수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자포니카 쌀을 재배하고 있다. 미국 전체 쌀 수출량의 21%(46만t)가 자포니카 쌀이며 지금은 대부분 일본에 수출된다.

호주는 생산량의 85%를 일본과 중동에 수출하지만 토양이 쌀 재배에 적합하지 않아 생산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태국은 세계 1위의 쌀 수출국이지만 자포니카 쌀은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

관세화가 될 경우 일본도 '고시히카리'를 앞세워 국내 고급 쌀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포니카 쌀을 재배하거나 소비하는 지역이 제한적이란 점도 우리나라엔 부담이다. 자포니카 쌀이 세계 쌀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300만t)에 불과하다.

1980년 냉해로 최악의 흉년이 들자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쌀 220만t을 수입했다. 당시 t당 35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자포니카 쌀값은 단번에 540달러로 치솟았다.

세계농정연구원 최용규 원장은 "자포니카 쌀 시장은 일부 지역의 생산과 소비의 작은 변화에도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를 가졌다"며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국내에서 일정한 양의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비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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