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여왕은 어느 나라서 … 미국이냐 중국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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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10일 앞둔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 타임스는 “중국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의 장위위안(17)과 허커신(16)이 사실은 올림픽 출전 가능 연령(16세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14세”라며 나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일주일 후인 5일엔 미국 통신사 AP가 “중국 여자팀의 양이린(16)도 14세”라고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체조협회는 “우리 선수들은 이미 선수촌에 입촌했다. 이는 모두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라고 제기된 의혹을 무시했다.

양국의 이런 신경전은 왜 벌어졌을까. 베이징 올림픽 종합우승을 노리는 양국의 금메달 전략 종목이 체조, 그것도 여자 체조에서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차이로 중국에 앞서 종합우승했다(미국 금메달 36개, 중국 32개). 이번 올림픽 여자 체조에 걸린 금메달은 모두 6개(남자는 8개). 체조에서의 금메달 향방이 종합 순위를 결정짓는 변수로 떠올랐다.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전체 6개의 여자 체조 금메달 중 전통의 체조 강국 루마니아가 4개를 싹쓸이했다. 나머지는 프랑스와 미국이 1개씩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메달 후보군이 대부분 양국 선수다. 맞대결에서 이긴다면 금메달 2개의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 여자 체조의 얼굴 숀 존슨(16·左). 중국 여자 체조의 선봉장 청페이(20·右).

두 선수는 각각 지난해(독일 슈투트가르트)와 2006년(덴마크 오르후스)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이다. 존슨은 마루운동·개인종합·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청페이는 마루운동·도마·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존슨은 ‘여자 체조의 꽃’인 마루운동에서 네 살 위인 ‘디펜딩 챔피언’ 청페이를 제치고 우승했다. 세계 여자 체조의 세대교체를 선언한 셈이다. 작은 키(1m43㎝)지만 미국 선수 특유의 힘있는 연기로 심판과 관중을 사로잡는다. 그러면서도 존슨의 연기는 기술적으로 섬세하다. 중국인 코치에게서 배운 덕분에 기술의 완성도가 이전의 미국 선수들 보다 높다는 평가다. 존슨이 미국 여자 체조 사상 최초로 개인종합과 단체전 우승을 한꺼번에 거머쥔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마루운동 우승은 존슨에게 내줬지만 주종목인 도마에선 세계선수권 3연패(2005~2007)를 이뤄낸 게 청페이다. 청페이는 마루운동 예선에서 1위를 했지만 결선에서 아쉽게 밀렸다.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두 선수다. 중국이 청페이의 존재 덕분에 미국으로부터 의혹의 눈길을 받으면서도 어린 기대주를 대거 발탁할 수 있었다. 세계선수권에서 내줬던 여왕 자리를 탈환하려는 청페이로서는 채점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홈 관중의 함성과 박수도 이점이다. 여자체조는 ▶13일 단체전 ▶15일 개인종합 ▶17일 마루운동에서 신·구 여왕의 대결이 불을 뿜는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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