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유기농 식품에게 배신당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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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내추럴리 데인저러스
제임스 콜만 지음, 윤영삼 옮김,
다산초당, 290쪽, 13000원

합성 화학 비료를 사용해 키운 농산물보다 짚을 썩힌 퇴비를 사용해 키운 유기농 식품이 우리 몸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과학자가 있다.

“농약 잔류물 때문에 죽었다는 사람은 여태껏 한 명도 보고된 적이 없지만, 음식을 통한 세균 감염으로 죽는 사람은 미 질병통제 센터에 매년 수백 명씩 보고된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자연 식품을 먹는 사람들은 기존 방식으로 키운 식품을 먹는 사람보다 이런 세균의 위협에 노출될 확률이 8배나 높다.”

이렇게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이는 제임스 콜만 교수다. 미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인 그는 1967년부터 화학부 교수로 강단에 서왔고, 제자 중에서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도 나왔다. 이 책은 그가 대중 독자를 위해 쓴 유일한 과학서다.

사실 그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것은 ‘선택’과 ‘비용’의 문제다. 과학에선 어느 한쪽이 효용성과 위험성이 더 큰지를 늘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든 예를 보자. 질산염은 고기를 오래 보존하기 위한 첨가제로 사용되는데 높은 온도에선 발암물질을 만들어 낸다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고기에 기생하는 미생물들이 더 해로울까. 발암물질이 더 해로울까를 생각해보면 질산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생선을 먹느냐, 고기를 먹느냐도 마찬가지다. 콜만에 따르면 생선을 먹을 때 나타나는 수은 축적으로 인한 위험보다 고기만 먹을 때 나타나는 관상 심장 질환의 위험이 훨씬 더 크다.

그의 문제 의식에 동의한다면 필요 이상으로 음식이나 식품 첨가물, 환경오염에 관한 공포에 떠는 일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책은 묵직한 논쟁거리만 제공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여성들에게 주름살 펴주는 명약으로 사랑 받는 보톡스균은 사실은 생물학전을 위해 개발됐던 강력한 세균이었다는 사실, 또 멕시코에서 항암 치료를 받다 죽은 영화배우 스티브 맥퀸의 사인은 살구와 복숭아씨에서 추출한 레이어트릴의 강한 독성 때문일 수 있다는 등의 흥미로운 지식을 덤으로 알려준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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