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정보화 앞서가는 현장-서울 선희학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수업시간에 잡담(수화)하지 말 것」.
선희학교(교장 姜學求)의 교실 앞에는 이런 표어가 붙어 있다.국내 유일의 국립 농아학교인 선희학교 학생들은 손짓을 하는 것이 곧 잡담이다.이렇듯 수화를 통해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들의 컴퓨터 배우기 열의는 정상인 못지 않다.
유치부.초등부.중고등부.전공부로 나뉘어 있는 이 학교 컴퓨터교육의 주대상은 고등부와 전공부 학생들이다.
90% 이상이 졸업 후 취업하기 때문에 워드프로세싱 등 기본적인 컴퓨터 능력은 필수다.고등부의 경우 주 1회 4시간의 컴퓨터수업이 이루어지는데 주로 배우는 내용은 문서작성 및 편집이다. 5년째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는 계영락(36)교사는『마음 같아선 C언어 등 고급수준을 가르치고 싶지만 컴퓨터 용어에는 영어가 많아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기 힘들다』며 『좀 더 나은 기종의 컴퓨터가 설치되면 컴퓨터 그래픽을 가르치고 싶다 』고 말한다. 선희학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가정에 전달사항이 있을 경우 연락에 어려움이많다. 이에따라 선희학교는 중앙일보사.삼성데이타시스템에 홈페이지 구축을 신청,게시판을 통해 가정통신이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83년의 긴 역사를자랑하는 선희학교이기에 이제까지 배출한 6천여명의 동문들과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최형원(18)군은 『인터네트 대화방에 접속해 다른 나라농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정상인들과도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姜교장은 『농아라고 해서 일반인들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 아니므로 일반인이 할 줄 아는 것은 무엇이든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통신.인터네트 등 컴퓨터 활용을 통해 농아들의 폐쇄적 생활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현재 286,386급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선희학교 컴퓨터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국민의 세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립학교이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가정 형편이 어려워 가정에서 컴퓨터를 접할 수 없기에 컴퓨터 기증 등 독지가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김현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