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빠리 샹젤리제 '노천박물관' 탈바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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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프랑스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자부하는 파리의샹젤리제.샹젤리제는 개선문에서 콩코르드광장에 이르는 2㎞구간의대로(大路)를 일컫는 명칭으로 프랑스를 찾는 연간 6천만명의 외국관광객들이 반드시 다녀가는 명소.이 샹젤리 제가 지금 20세기 유명조각품들로 수놓아진 「노천조각박물관」으로 탈바꿈해 예술의 도시 파리의 멋을 더하고 있다.
현대 유럽의 조각예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 50점을 인도양편 1㎞에 걸쳐 11일부터 6월9일까지 전시,「조각의 샹젤리제」전(展)을 펼치고 있다.오귀스트 로댕(1840~1917),에밀 부르델(1861~1929),아리스티드 마욜 (1861~1944),헨리 무어(1898~1986),후안 미로(1893~1983),파블로 피카소(1881~1973),알베르토 자코메티(1901~66),페르낭 레제(1881~1955),세자르(1921~),아르망(1928~)등….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조각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작품들은 현대조각의 선구자로 불리는 로댕으로부터 60년대에 이르는 것들로 20세기 조각의 다양한 경향과 그 주역들을 만날 수 있게 한다.즉 기념적이고 장식적인 기능에 국한되던 조각예술이 금세기 들어 창의성과 상상력이 결합돼 풍 자적이고 시적인 독자적 예술로 발전,변천하는 과정을 음미할 수 있다.
따라서 전시회는 로댕의 「발자크」상에서 출발,콩코르드광장의 오벨리스크를 푸른 색 조명으로 장식한 이브 클랭(1928~62)으로 이어지도록 배치했다.
로댕은 1891년 문학계로부터 발자크를 추모하는 조각을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7년여만에 완성했다.그러나 점잖은 문인의상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잠옷바람에 큰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는 발자크상을 보고 반대여론이 들끓었다.이 작품은 결국 전시할 장소가 없어 39년에야 마침내 파리 도심의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로댕은 이 작품으로써 이전까지 유명인이나 국가의 영광또는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던 조각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한 작가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이어 1910년대부터 20년대는 피카소의 입체파(전시작 『예언자』)와 자코메티 등 초현실주의가 등장,눈에 보이는 것만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전시된 자코메티의 『걷는 인간』은 가느다란 선으로 인간의 나약성을 표현하고 있다 .
무어(전시작 『빗장』)등 추상조각의 추세가 뒤를 따르면서 제쥐 라파엘 소토(1923~)가 알루미늄을 소재로 사용하는등 일상생활의 재료가 과감히 도입된다.전시회는 마지막으로 니키 드 생 팔(1930~.전시작 『젊은 처녀』)등 추상주 의에서 벗어나 사물과 육체의 특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60년대의 신현실주의 작품들로 맺고 있다.
이번 조각전은 박물관안에 처박혀있는 대가들의 작품을 바깥공간으로 끌어내 일반 대중과 친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기획의도에서 프랑스의 문화정책이 다시 한번 평가받고 있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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