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4黨 局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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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정치체제의 정착(定着)여부를 가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정치학자들은 최소한 두번의 연속적인 선거결과를 그 척도로 삼는다.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최소한 두번 연속해 치러지고,게다가 여당과 야당간에 평화로운 자리바꿈까지 이루어지 면 그 나라의 민주정치체제는 확고히 뿌리를 내린 것으로 간주된다.
14대 총선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의 「4당(黨)국면」이 전개됐다.이번 15대 총선에서도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이 과반수의석에는 못미쳤다.숫자면에서 두번째 여소야대적 4당 국면(局面)이다. 여소야대는 정치적 혼란을 넘어 민주역량을 키우는 기회라는긍정적인 측면도 있다.첫번째 「절묘한」 여소야대 국면은 3당통합으로 무산됐다.「4당 국면」을 소화해내지 못하는 정치권의 무능의 고백이자 민의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었다.
안정희구(希求)와 「북풍(北風)」속에서도 또 한번의 4당 국면이 전개됐다.국민회의와 민주당에 「상대적 참패」를 안기면서 신한국당에 「실질적」 정국주도권을 확보해준 민의의 조화(造化)가 절묘하다.자민련과 무소속이 혼돈의 인자(因子) 로 발돋움했다. 견제와 균형에다 당리당략을 초월,국익을 위해 하나가 되는「무지개같은 조화의 정치」가 이번 총선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구태의연한 이합집산과 자리바꿈으로 또 한번의 「절묘한 국면」을 걷어찬다면 한국정치는 제자리에서 계속 맴돌 뿐이 다.
지역할거주의의 결과라 해서 4당국면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할거주의의 원인이 항상 문제다.민주적 토론과 정책대결의 전통이 없고,정당이 민주적 제도로 국민속에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은 곤혹스럽다.
독재에의 항거나 민주화쟁취같은 뚜렷한 투쟁목표가 사라진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자연 지역연고와 학연(學緣)에 휩쓸린다.정치에대한 냉소주의와 함께 「얼굴팔린 사람」들을 선호하는 「미인선발」의 양상도 두드러진다.정치권이 그들 스스로를 비하(卑下)하는정치의 코미디화다.
신한국당의 선전(善戰)에 걸린 유권자들의 기대와 주문도 간단치 않아 보인다.대통령과 집권여당간의 새로운 관계정립도 큰 빚이다.위기(危機)는 위험과 기회를 합한 말이다.4당 국면을 정치적 성숙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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