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원작의 연극 '콜렉터''어떤 고백' 외설.예술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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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문제의 「미란다」입니다.자,어떻습니까.』 연극을 보고 극장을 빠져나오는 관객들에게 그는 이렇게 외치고 싶었을지 모른다.
연극『어떤 고백』을 각색.연출한 이용우(극단 까망 대표)씨.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연극으로 각색.연출했던 그가 최근 「외설연극의 대명사」로 명성을 굳힌 문제작 『콜렉터』(일명미란다)의 명예회복에 나섰다.
이에 따라 94년 여배우의 전라연기로 외설논란을 불러일으켰던화제작 『미란다』가 『콜렉터』와 『어떤 고백』이란 제목으로 부활해 본격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두 작품은 국내 관객들에게 『미란다』로 알려진 존 파울스 원작소설 『콜렉터』를 각각 다르게 각색한 작품으로 이들의 대결구도는 이른바 「외설」과 「작품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가 아끼는 좋은 작품이 벗기기 연극으로 이용되는 것을 보며 안타깝고 화가 났습니다.연극인으로서 손가락질하는 것보다 작품으로 맞서는 방법을 택했죠.』 연극 『어떤 고백』이 무대에 오른 이유다.
같은 원작의 연극 『콜렉터』와 『어떤 고백』은 어떻게 다를까. 우선 코미디아트홀에서 공연중인 『콜렉터』는 극단 측이 나서외설연극임을 강조한다.음란성으로 법의 심판을 받은 『미란다』의명성을 작품 홍보에 톡톡히 이용하고 있다.선정적인 포스터로 행인들을 불러 모으며 7개월째 공연중이다.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는 지하극장.검은 천으로 벽을 가리고침대 하나 덜렁 놓인 무대.남자 주인공 클렉이 미란다를 납치,감금하는 등 원작의 줄거리는 대체로 살아있으나 두 인물의 대사는 극의 전개와 상관없는 「농담 따먹기」가 대부 분이다.
관람료를 의식한듯 샤워신 등을 통해 여배우의 알몸을 잠깐 보여준다. 바탕골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어떤 고백』은 이와는 대조적.『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이찬우(클렉 역).허윤정(미란다 역)등 배우들 면면이 일단 눈길을 끈다.
『콜렉터』가 말초적인 성적 자극을 유발하는데 주력하는 것과 달리 『어떤 고백』은 각각 정직과 위선이라는 옷을 입은 두 인간의 고독한 대립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도 여배우는 옷을 벗지만 이를 본 관객들은 『전혀외설적이지 않았다』고 응답했다.『알몸은 여성으로서의 마지막 부호이며 논리보다 느낌으로 개념을 전하기 위한 극적 장치』라는 연출자의 설명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그러나 이제 막오른 『어떤 고백』의 반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같다.원작 『콜렉터』의 명예회복도 관심거리지만 관객의 발길이 어느 작품에 몰릴지 더욱 주목된다.
글=이은주.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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