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횡령범들 초라한 도피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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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은행 공금 400억원을 횡령하고 지난 6일 중국으로 달아난 朴모(36)씨 등 용의자 4명이 현지에서 싸구려 여관이나 기차 등에서 초라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한국에서는 횡령한 돈으로 황제 같은 생활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었다.

또 자신들의 사건이 국내에서 크게 다뤄지자 "자수하자", "감방에는 못 간다"며 내분 양상마저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중국에서 닷새 동안 이들과 같이 생활하다 도피생활에 염증을 느껴 귀국했다가 지난 18일 경찰에 구속된 金모(36)씨를 통해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金씨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지나 식당을 피해 동네 식당.기차 식당칸 등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金씨는 용의자 중 한명인 金모(32)씨와 선후배 관계로 도피 직전 인천공항에서 이들에게 2000만원을 미화로 환전해 주는 등 용의자들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다.

구속된 金씨는 용의자들과 같이 중국으로 떠나려다 비자가 없어 출국하지 못했으며 비자를 발급받아 지난 8일 혼자 출국, 상하이(上海).항저우(杭州).지린(吉林)성 등지에서 용의자들과 함께 머물렀다.金씨는 창춘(長春)에서 용의자들과 헤어졌다. 金씨는 이들이 약 7만달러의 도피자금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3000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던 金씨는 용의자들에게 횡령한 돈이 많이 남아 있는 줄 알고 함께 도망가자는 제의를 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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