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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불교회관 헐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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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지난 29년간 한국 불교의 영광과 수모를 목격하고 역사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조계종 중앙회관. 이 자리에는 불교역사기념관이 들어선다.

"한국 불교 1600년의 전통을 현대에 증언하는 탑으로, 이 나라 사대부중의 총본산으로, (중략) 1000만 불교도가 갈망하던 불교회관이 드디어 완공돼 준공식을 갖는다."

조계종 기관지인 '대한불교'(현재 불교신문) 1975년 11월 23일자 1면 톱기사다. 당시 총무원장이던 청담 스님의 지시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뒤에 지상 5층 건물로 지어졌던 불교중앙회관이 21일 헐린다. 대신 그 자리에는 국제회의장을 갖춘 한국불교역사기념관 별관이 들어선다.

조계종 총무원이 들어있는 불교회관의 해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 불교의 영욕을 상징했던 건물이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불교회관은 지난 10년간 사실상 '종단 분규'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94년 당시 서의현 총무원장 지지 세력과 반대 개혁 세력 간에 폭력사태가 일어났고, 98년에도 송월주 총무원장의 3선 연임을 둘러싸고 충돌이 빚어졌다. 80년에는 신군부에 의해 '법난'을 당하기도 했다.

20세기 한국 불교사는 총무원 이전사(移轉史)로 읽을 수 있다. 조선시대 억불정책으로 도성 출입이 금지됐던 승려들은 1910년 현재 조계사 부근에 각황사를 세웠다. 당시 전국 사찰에서 백미 2000섬과 8만냥의 거금을 모아 창건했다. 20~30년대 조선불교는 각황사 옆에 있던 보성고보의 경영권을 천도교로부터 인수, 전국 사찰의 사무.연락 기능을 수행했다.

불교계는 38년 근대적인 틀을 갖췄다. 38년 현재의 조계사(당시 태고사)를 지으며 교단을 정비했고, 종무를 총괄하는 체제를 다졌다.

총무원은 70년 동국대 혜화관(옛 공무원연수원)으로 이전했다. 지금은 금싸라기 땅인 강남 봉은사 일대 12만평을 서울시에 팔아 이전비를 마련했으나, 봉은사 재산 처분을 둘러싼 총무원과 동국대 간의 마찰, 또 동국대생의 총무원 교내 입주 반대 시위로 75년 현재 위치로 다시 옮겨왔다.

최근에는 불교역사기념관 공사에 따른 조계사 대웅전 안전 문제로 총무원과 조계사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때문에 '한국 불교 1번지'로 거듭날 신축 기념관에 몰리는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하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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