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DMZ 불인정 선언 배경과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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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은 4일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명의의 담화를 통해 비무장지대(DMZ)불인정 선언을 발표해 휴전선의 긴장상태를 높이고있다. 이 담화내용은 지난달 29일 김광진(金光鎭.차수)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비무장지대의 지위와 관련한 모종의 조치를 경고한데 이은 것으로,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는 하지만 그 강도나 한국의 총선 직전이라는 시기 등과 맞물 려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지난 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반도 안정에 기여해 온 정전협정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내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전협정의 제1조가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규정하고 있듯 두 개념은 정전협정의 핵심이다.따라서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각각 2㎞에 걸쳐 설정돼 있는 비무장지대를 남북한이 상호 인정하고 관리.유지하는 것은 정전협정 준수 이행에 필수요소라고할 수 있다.비무장지대의 유지가 곧 정전협정체제 유지로 직결될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담화를 통해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유지 및관리와 관련한 자기의 임무를 포기한다』고 말해 비무장지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선언했다.
담화는 또 비무장지대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데 따른 조치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정전협정 부속문서에 「표식물을 착용」하도록한 비무장지대 출입규정을 지키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이는 앞으로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비무장지대를 자유출입하 겠다는 의사를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최소한의 무장으로서 개인화기에 국한된 무기반입 규정을무시하고 중화기를 반입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비무장지대의 무장화 가능성마저 시사했다.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이 이미 「무장화된 지역」으로 변했다고 줄곧 억지 비난을 해온 북한이 대규모 병력을 비무장지대에 무상출입시키고 이 지대에 군사 시설물도 구축한다면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안보관계자들은 오래 전부터 북한측이 군사분계선 획정이 불분명한 백령도.대청도등 서해 5도 지역에 대한 군사도발을 감행할 것을 우려해 왔는데 이것이 현실화할지도 모른다고 긴장하고 있다. 북한은 77년 8월1일 군최고사령관 명의로 50해리 「군사수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이후 서해 5도 부근 해상이 자신들의 군사수역에 포함된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은 이번 담화를 통해 정전협정체제의 와해를 위한 가장 강도높은 수순을 밟은 셈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담화발표 직후 긴급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소집,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의지를 천명했다.
그러나 미.일과 관계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하는 북한이 이러한 강수를 쓰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아직은 우세하다.이러한 북한측 의도는 한국에 대해서는 「괴뢰」운운하며 격렬히 비난하면서도미국에 대해서는 비난을 자제하는데서도 나타난다는 설명이다.결국북한은 한.미 정부의 반응을 예의 주시하면서 다음 수순을 밟아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극심한 식량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선 언제고 내부 문제를 호도하기 위해 국지적 도발등을 감행할 소지가충분해 긴장상태는 한동안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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