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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2세들 뉴미디어에 승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출판업은 흔히 「유아사망률」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적은 자본으로 언제든지 출판사를 차릴 수 있지만 그만큼 중도에서 탈락하기도 쉬운 까닭이다.
특히 한국의 출판은 사망률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높은 것으로알려져 있다.
이런 원인의 하나로 우리 출판계엔 내부 노하우가 승계되는 시스템이 빈약다는 점이 거론된다.
말하자면 대부분의 출판사가 사장이 그만두면 출판사의 운명도 함께 막을 내린다는 것.
이에 따라 한국에는 외국과는 달리 사력(社歷)이 쌓인 대형 출판사가 많지 않다.
이같은 현실을 딛고 90년대 이후 현장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젊은 경영인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출판사에 속속 입문,주목을받고 있다.
가업을 계승한다는 차원 외에도 다양한 아이디어와 왕성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새바람을 몰고올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은▶시사영어사 민선식(民善植.37)사장▶민음사 박근섭(朴槿燮.32)상무▶지경사 김병준(金炳準.42)사장▶계몽사 김준식(金俊植.40)사장▶금성출판사 김무상(金武相.38)부회장▶범우사 윤재민(尹在旻.33)상무▶진선출판사 허진(許眞.33)사장▶중앙미디어 김진우(金鎭佑.32)사장▶문학세계사 김요일(金耀日.32)실장 등 10여명.
이들은 크게 부친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쌓는 경우와 독립된 출판사를 차린 경우로 나뉜다.
민선식.김준식.김무상씨등이 전자에 해당하고 김병준.허진.김진우씨가 후자에 속한다.
박근섭.윤재민.김요일씨는 아버지 사업과 함께 각기 비룡소.윤컴.천마 등 별도의 출판사를 운영하며 1인2역을 맡고 있다.
민음사 박근섭씨는 이달중 대중문화를 전문으로 내는 황금가지(가칭)도 설립할 예정이다.
전공은 후계자답게 경영학이 가장 많다.
민선식씨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땄고, 박근섭씨는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 김진우씨는 미국 코네티컷대에서 학사 과정을 마쳤다.
또 허진씨는 서강대에서,김무상씨는 단국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사학을 전공한 윤재민씨는 입사이후 동국대 대학원에서 출판잡지를 공부하며 이론적 토대를 닦았다.
서울대 섬유공학과 출신인 김준식씨는 유일한 공대출신.
김요일씨는 출판외에 시인으로 활동중이며,김병준씨는 70년대 학생운동으로 고려대에서 제적된 경우다.
이들 이전에 동명사.행림출판.명문당.학원사.현암사 등에서 대를 이어 출판사를 운영한 사례가 있지만 주로 30대에 몰려있는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젊은 나이답게 아동 혹은 멀티미디어 출판쪽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
미래의 출판은 활자매체보다 전자출판이 주도하고 또 이를 응용하는데는 우선 아동물이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경사를 비롯,비룡소.중앙미디어.윤컴 등에서는 그림책등 아동용 도서를 활발히 내고 있으며,김무상씨는 지난해 CD롬타이틀등 뉴미디어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마인사를 설립했다.
문예출판사 전병석사장은 『한국출판은 지금까지 전문가 양성에 소홀했었다』며 『2세 경영진의 대두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할 출판의 소임으로 볼 때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진선출판사 허진사장은 『사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우리출판업계의 관행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는 내부 조직에 더욱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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