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정치적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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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역사상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한 대통령으로는 흔히 제32대 루스벨트 대통령과 제36대 존슨 대통령이 꼽힌다.거짓말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루스벨트의 경우 진주만(眞珠灣)을 공격할 당시 국민을 전쟁에 연루시키기 위해 거짓말과 기만의 모든 수단을사용했다는 것,그리고 존슨의 경우 국민에게 베트남전쟁의 심화를원치 않는다고 여러햇동안 다짐했으면서도 실제로는 확전(擴戰)에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거짓말들이 그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그들에 대한 동정론도 없지는 않다.
정치의 세계에서는 예외적으로 거짓말이 허용될 수 있다는 논리다.몇몇 정치학자들이 제기한바 외교나 전쟁에 있어 정치가의 거짓말은 국가적인 이익에 공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영국 총리를 지낸 처칠은 그 비슷한 논리로 『전쟁에서의 진리는 너무나도 값비싸기 때문에 진리는 거짓말이라는 속옷을 입고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본래 정치의 세계는 「덕망있는 행동영역」이 될 수 없다는게 통설이기는 하지만 외교와 전쟁에 있어서의 인정된 예외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의 국민이든 정치가의 거짓말은 혐오한다.정치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성이며 설혹 국익에 보 탬이 된다 해도 거짓말은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을 낸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거짓말은 할수록 늘고 참말은 할수록 준다』는게 있지만 정치가의 경우 사소한 거짓말이 점점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는 속성이 문제다.
정치인의 거짓말을 통계내어 본다면 아마도 한국은 세계 제1의국가로 꼽힐는지 모른다.정치지망생에서부터 정상급 정치지도자에 이르기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특히 선거철만 되면 온갖 거짓말들이 난무한다.
오늘은 거짓말로 남을 속여도 무방하다는「에이프릴 풀」,곧 만우절(萬愚節)이다.그러잖아도 4.11총선을 앞두고 별의별 거짓말들이 횡행하는 판인데 『오늘 하루만은 어떤 거짓말을 해도 무방하다』고 한다면 후보들 가운데는 신이 나서 기상 천외의 거짓말들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을는지 모른다.하지만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거짓말인데 만우절의 거짓말이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까닭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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