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5개월때 미국에 입양돼 "엄마가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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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시의 소수 인종 문제 담당 기구인 인간관계위원회에는 11명의 위원(커미셔너)이 있다. 모인애(Kara Inae Carlisle·31·여)씨는 그 중 가장 나이가 어리고 유일한 동양계 미국인이다.


특이하게도 모씨는 엄마가 셋이다. 나아준 엄마와 입양해준 미국인 엄마, 그리고 몇년 전 다시 만난 친 아버지의 현재 부인도 엄마다. 그 중에 나아준 엄마는 아직도 찾지 못했다. 모씨가 미국으로 입양된 것은 지난 1978년, 태어난지 5개월 만이다.

모씨는 양부모님의 도움으로 LA에서 대학원까지 마치고 2003년부터는 한인들과 관련된 일을 해오고 있다. 첫직장인 코리아타운 유스 앤 커뮤니티 센터(KYCC)에서 가족 상담, 어린이 프로그램, 환경 관련 봉사활동을 한 것. 이후 한미연합회(KAC)에서 한인과 외국인간의 분쟁을 조율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7년부터는 인간관계 위원회에서 인종·이민 관련 문제에 대한 전략수립과 실행 업무를 맡고 있다.

외모는 분명 한국인이지만 모인애씨는 최근까지 자신을 백인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고 한다.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그냥 다른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죠. 미국 부모님이 입양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저는 백인 형제들과 함께 자랐고, 저 말고 또 한명의 한국인 입양아가 더 있어요. 흑인 아이도 2명이나 함께 자랐어요. 친화력이 뛰어나서인지 학교나 사회에서도 동양계라고 소외 받은 적은 없었어요."

그런 그가 자신에게 한국인 피가 흐른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2003년 한인들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부터다. "처음엔 외모도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내다보니 한국인들로부터는 뭔가 색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놀라웠습니다."

모씨가 인간관계위원회 최연소 위원으로 뽑혔을 때도 한국 교포들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해 줬다고 한다. 모씨가 굳이 자신의 이름 가운데에 '인애'(Inae)를 쓰고 있는 것 역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제 이름만 들어서는 모두 그냥 미국인인 줄 알아요. 하지만 인애라고 하면 한인분들이 정말 좋아하세요."

모씨라는 흔하지 않는 성 때문에 한국인 아버지를 찾는 것도 가능했다. "제가 입양되기 전 있었던 보육원 자료에 저희 생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어요. 그렇지만 '모'라는 희귀한 성 때문에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죠."

그가 생부(生父)를 다시 만난 것은 지난 2000년.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다른 여성과 결혼해 있었다. 2001년 모씨는 생부와 그의 새로운 가족들과 만났다. "한국의 가족들과는 아주 잘 지내요. 이번에 한국에 올 때도 아버지가 공항에 마중을 나오셨어요. 내일 제 강연 때도 아버지가 오시기로 했구요. 한국 가족 중에 나이가 어린 동생이 있는데 미국 부모님이 초청하셔서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날 계획이예요. 동생과의 미국 생활이 기대 돼요."

모씨는 아직도 생모를 찾지 못했다. "생모는 성이 최씨예요. 너무 흔한 성이어서 찾기 어려운가봐요." 그는 찾지 못한 어머니를 얘기하면서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모인애씨는 이번에 다섯번째로 한국에 왔다. 이번에 온 것은 ‘2008 세계 한인차세대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대회는 전 세계에서 활약 중인 재외동포 차세대 리더들을 초청해 모국과의 상생을 도모하자는 의미에서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행사다.

"한인 차세대 리더로 선정된 것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해요.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어요. 점점 더 개방화되고 넓어지는 세계에서 우리 젊은이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서 전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모인애씨는 미국 내 한인 사회에 대해서도 충고를 잊지 않았다. "사람들이 선거 등을 통해 민주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대중들이 선거 과정에 참여하고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국인의 영향력이 발휘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앞으로도 한인을 비롯한 미국 내 소수 인종의 생활을 돕는 역할을 꾸준히 해 낼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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