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볍씨 유적 사라질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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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출토된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소로리 유적지'가 토지공사에 의해 공장용지로 팔릴 것으로 알려지자 청원군과 네티즌들이 보존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18일 청원군에 따르면 한국토지공사는 오창산업단지 조성 중 발굴된 소로리유적지 일대에 대해 지난해 청원군과 학계의 추가발굴 계획을 불허한데 이어 최근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군은 최근 유적지 주변 3000평을 문화재로 지정해 줄 것을 도에 요청했다. 또 도와 청원군 홈페이지에는 매각을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잇따르고 지역 문화단체도 매각반대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도는 오는 22일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토지공사 관계자는 "소로리 유적 부근이 공장부지로 확정된데대 문화재청도 보전 의견이 없어 분양키로 한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도와 청원군에서 매입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로리 볍씨를 발굴한 충북대 이융조 교수는 "구석기 시대 기후와 식생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서 발굴현장이 그대로 보존돼야 하지만 훼손된 상태"라며 "올해는 유엔이 정한 '쌀의 해'인데다 청원군의 대표적 농산물이 쌀이라는 점에서 소로리 유적은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로리 볍씨는 충북대 박물관팀이 1997년 무렵 이곳 토탄층에서 발굴한 탄화볍씨로 탄소연대 측정 결과 1만5000여년 전 것으로 국제학계에서 공인받았으며 청원군은 이의 홍보를 위해 4억원을 들여 지난 2월 사이버 박물관(www.sorori.com)을 개관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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