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사’ 성 김, 6자회담 대사로 파격적 승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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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성 김(48·사진)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6자회담 담당 대사로 지명했다. 국무부 과장 직에서 곧바로 대사 직급으로 승진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부시 대통령은 나아가 “1급 외무 공무원인 성 김이 북핵 6자회담 특사로 활동하는 동안 대사급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상원에 인준을 공식 요청했다. 미국에서 대사는 상원 외교위원회와 본회의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 자리다.

워싱턴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례적인 고속 승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 전 과장이 북핵 6자회담 특사로 내정된 것 자체가 직급을 뛰어넘는 파격 인사였는데, 이제 새 직책에 맞춰 직급까지 올려 주는 걸 보면 부시 행정부 내에서 신임이 매우 두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성 김 대사 지명자는 지난달 하순부터 북핵 특사 역할을 시작했다. 지난달 30일엔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중국·북한 측 협상 파트너들과 만나 북한의 핵 검증 의정서에 대한 세부 협의를 벌이고 있다. 그는 2006년 여름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발령 난 뒤 약 2년간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호흡을 맞춰 북핵 1, 2단계 합의와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5월 8일에는 북한을 방문해 방대한 물량의 핵 문서를 전달받았고, 6월 27일에는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현장에 미국 관리를 대표해 참석했다.

성 김 지명자는 재미교포 1.5세(한국명 김성용)로 어린 시절을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명문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한 뒤 다시 LA로 돌아와 UCLA 로스쿨을 마쳤다. 이후 LA 지역에서 검사와 변호사로 일하다 외교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1990년대와 200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서울의 미국대사관에서 일했다. 또 중국과 일본 주재 미국대사관에도 근무하는 등 동아시아 주요국을 두루 거쳐 이 지역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미 백악관에서 일한 전직 미국 관리는 그에 대해 “매우 좋은 성품을 가진 외교관”이라고 평가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그의 북핵 특사 승진 당시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특사로 지명된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중국·북한 등과의 물밑협상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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