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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기책방] 진짜가 된 가짜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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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진짜가 된 가짜
이경화 지음, 유기훈 그림
을파소, 144쪽, 9000원, 초등 3∼4학년

 ‘정직은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첫걸음’이란 깨달음을 전하는 동화다. 방학숙제로 쓴 일기가 뽑혀 상을 받게 된 나미. 4학년이 된 뒤 처음 받는 상이다. 하지만 나미는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나미는 일기를 개학 전날 하루 만에 몰아서 썼다. 게다가 일기 내용은 나미가 지어낸 ‘거짓말’이었다. 하루하루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기를 쓴 사람에게 주는 상인데…. 나미의 마음은 무거웠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려니 실망할 부모님과 거짓말쟁이라고 놀릴 친구들이 떠올라 용기가 안 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미가 일기에 쓴 사건들이 차례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떡볶이집에서 거스름돈을 못 받고, 귀가 길에 깡패를 만나고, 엄마 아빠는 부부싸움을 하고…. 그렇다면 ‘엄마가 내일 병원에 간다고 한다. 가슴에 뭐가 만져지는 것 같다면서 유방암일지도 …’란 일기도 실현되려나. 그제서야 나미는 선생님께 잘못을 고백할 용기를 낸다.

◆할까 말까 ?
김희남 글, 윤정주 그림
한솔수북, 48쪽, 9500원, 유아∼초등 저학년

 수학 개념 ‘경우의 수’를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이럴까 저럴까 늘 망설이는 ‘할까말까’라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할까말까는 뭐든지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시간을 다 보내버렸다. 아침에 일어날까 말까, 눈곱을 뗄까 말까, 세수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 하루 종일 아무 일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큰 불이 났다. 할까말까가 ‘불이야 소리를 지를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온 마을이 잿더미로 변해 버린다. 결국 할까말까는 빨리 결정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옆 마을 똑부리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할아버지가 알려준 비법은 이렇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고를 때는 ‘동전’, 다섯 가지 가운데 하나를 고를 때는 ‘카드’, 여섯 가지 가운데 하나를 고를 때는 ‘주사위’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일어날 수 있는 가짓수’, 즉 ‘경우의 수’를 고려한 해법이다. 할아버지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 “여섯 가지가 넘는 것 중에 하나를 고를 때는 네 마음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재미있는 물리
댄 그린 지음, 사이먼 바셔 그림
전대호 옮김, 해나무, 128쪽, 1만원, 초등 고학년 이상

 질량·무게·밀도·관성·마찰·원자·전자·양성자·중성자·쿼크 등 물리학 개념을 쉽게 풀어놓았다. 친근하고 재기 발랄한 설명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무게’에 대해서는 “나는 현재 인기 절정을 누리고 있어요. 날씬한 모델부터 비만 아동들까지 다들 ‘무게’에 목을 매잖아요. 하지만 사실 사람들이 집착하는 건 내가 아니라 질량이에요. 질량은 물체가 얼마나 많은 물질을 지녔는지 말해주는 반면, 나는 다만 물체가 얼마나 많은 힘을 발휘하는지(얼마나 세게 누르는지) 말해주거든요. 하지만 내게도 장점이 있어요. 나는 중력이 의존하기 때문에 측정하기 아주 쉽거든요. …” 식이다. ‘엔트로피’도 명확하다. “나는 카오스의 제왕, 뒤섞기의 달인이에요. 나는 항상 유용한 형태의 에너지를 뒤죽박죽이고 흩어진 형태로 바꾸죠. … 나는 항상 많아지고 한 방향으로만 효과를 발휘해요. 그래서 여러분이 애써 정돈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점점 더 뒤죽박죽이 되죠.…” 각 개념의 특징을 형상화한 앙증맞은 캐릭터도 이해를 돕는다.

◆겸재 정선의 한양 진경 이야기
최완수 지음, 늘푸른아이들
171쪽, 1만1000원, 초등 고학년 이상

 간송미술관 최완수 연구실장이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 옛 서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경교명승첩’ 상첩의 맨 첫 면 그림인 ‘인곡유거’ 등 작품 17점을 놓고 그림의 배경과 겸재의 삶·화풍 등을 고루 녹여 설명했다. ‘인곡유거’는 겸재 정선이 말년에 살던 집 이름이다. 지금은 아파트에만 이름을 붙일 뿐 대부분의 단독주택에는 이름이 없지만, 겸재가 살던 시대에는 사대부 집에는 모두 이름이 있었단다. ‘인곡유거(仁谷幽居)’에서 ‘유거’은 ‘마을과 멀리 떨어진 외딴 집’이란 의미이고 ‘인곡’은 당시 주소(한도 북부 순화방 창의리 인왕곡)의 ‘인왕곡’의 준말이다.‘인곡유거’가 있던 자리는 현재 종로구 옥인동 20번지 부근이다. 그림 ‘인곡유거’ 안에는 겸재의 사랑방으로 보이는 방도 그려져 있다. “이엉을 얹은 토담이 기분 좋게 표현되고 그 안에는 큰 버드나무와 오동나무 등 기타 잡수들이 서있으며 버드나무 위로는 포도인지 머루인지 모를 덩굴이 기품 있는 잎새들을 달고 감아 올랐습니다. …” 이런 식의 꼼꼼한 설명이 그림 감상의 재미와 감동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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