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이있는선거구>역사 바로 세우기-대구.경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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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번 15대선거에는 지난해 6.27에는 없던 큰 쟁점이 하나불거져 나와 있다.다름아닌 역사 바로세우기 논란이다.
5.18특별법에 반대했던 김종필(金鍾泌)총재의 자민련은 이를『과거 역사에 대한 부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자민련이나 노재봉(盧在鳳)전총리같은 무소속은 『언제 역사가 드러누워 있었느냐』는 희화적 공세까지 취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물론 이를 사수(死守)하고 있다.신한국당은 특히 TK(대구.경북)지역을 향해서는 『이는 문민정부 탄생의 주역인대구.경북도민을 먹칠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TK 자존심세우기」』(홍보논리서)라고 선언하고 있다.
12.12와 5.18사건의 피고세력중 4.11에 출진하는 이는 옥중출마를 감행한 ▶정호용(鄭鎬溶.대구서갑)▶허화평(許和評.포항북)▶허삼수(許三守.부산중-동)의원등 무소속 3인이다.이들 지역과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고향인 합천 ,5.18특별법을 반대하며 자민련으로 옮긴 ▶최재욱(崔在旭)의원의 대구달서을 등에서 특히 이 논란이 뜨겁다.
허화평의원은 장문의 옥중편지에서 『헌법재판관중 5명이 위헌의견을 낸 5.18특별법으로 심판하겠다는 것은 역사 바로세우기가아니라 5,6공의 역사를 지워버리려는 것』이라고 반발한다.그는『90년 여야가 합의한 5공청산을 끄집어내 정 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보복행위』라고 가시를 돋운다.
30일 대구서갑 鄭의원의 부인 김숙환(金淑煥)씨의 가두대담.
金씨는 『역사 바로세우기는 5,6공 역사에 대한 부정이요,대선자금을 감추기 위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깜짝쇼』라고 주장하며 동정표에 호소하고 있다.거창-합천의 자민련 김 용균(金容鈞)후보는 『全전대통령을 아침밥도 먹이지 않고 끌고 갔다』고 고향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부산의 허삼수후보는 TK와는 지역정서가 판이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부인 박무생(朴戊生)씨는 노골적인 비판대신 12.
12에 대해 『당시 許후보는 상관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는데 그것도 죄가 되느냐』며 감정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에 대항하는 신한국당 후보들은 「현명한 대처」에 고심하고있다.TK정서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어 상당수가 되도록이면쟁점 자체에 말려드는 것을 피하려 한다.
대구서갑의 강용진(姜湧珍)후보측은 『자극할 필요가 없어 아예화제로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포항북의 윤해영(尹海永)후보측도『TK정서를 고려해 허화평의원에 대한 직접공격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거창-합천의 이강두(李康斗)후보는 『대의로 봐서 역사 바로세우기는 옳은 일』이라면서도 『全전대통령을 새벽에 잡아간 것은 잘못』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렇듯 역사 바로세우기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표를 결정하는 것은 역사관.정치관 외에도 학연.혈연,인물론,지역공약,지역정서등 다른 많은 요소가 있다.때문에 이들 옥중후보가 승리한다 해도 이를 역사 바로세우기에 대한 유권자의 순수한 부정(否定)으로 해석하기는 힘들 것이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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