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인들의 시선은 온통 캘리포니아 북부에 쏠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발생한 산불이 미국 서부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덮칠 기세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산불을 두고 언론에선 ‘전보 화재 (Telegram Fire)’라고 부른다. 전보처럼 신속하게 확산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 대형 산불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후 현재 128 ㎢를 태웠다. 5일 만에 여의도 면적의 15배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아울러 25채의 집이 탔으며 4000여 채는 화재 위험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해 이 일대 주민 100여 명은 불길을 피해 황급히 대피했다. 혹시 모를 위험을 고려, 주요 간선도로인 140번 고속도로가 며칠간 폐쇄되기도 했다. 또 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마는 현재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20㎞ 떨어진 곳까지 다가왔다.
불이 이처럼 빠르게 번지는 건 몇년째 계속된 가뭄 탓이 크다. 높다란 아름드리 나무들이 바짝 말라 옮겨붙기 무섭게 타오르고 있다. 게다가 이 일대 지형이 가파른 구릉이어서 소방관들의 진화 작업이 무척 어렵다.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 하루 평균 전체 불길의 10 % 정도만 잡혀 왔다. 30일에는 다행히 이날 하루 40%가량이 진화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번 화재는 이 지역 주민들이 산속에서 사격연습을 하다 발화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화재 지역은 매캐한 연기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재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또 요세미티 공원 내에선 전기 공급이 끊겨 이 일대 호텔 및 음식점 등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처럼 심한 화재에도 불구, 관광객 수는 거의 줄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남정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