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대구는 ‘찜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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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토박이지만 밤 더위로 이렇게 고생하기는 처음이네요.”

대구시 범물동에 사는 이정자(65·여)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렇게 더우니 정말 하루 하루를 보내기가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요즘 대구에는 이씨처럼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루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 때문이다. 매일 밤 대구스타디움·두류공원 등에는 1만여 명이 몰려 나와 밤 더위를 피하고 있다.

◇7월 중 열대야 사상 최다=이달 들어 대구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7월 평균 낮 최고기온은 33.1도(31일 제외). 1994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의 28.8도, 2006년의 27.7도보다 훨씬 높아 ‘체감 더위’는 더 심하다. 94년 평균 최고기온은 36도였다.

하지만 시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열대야. 이달 5일 최저기온이 25.4도로 첫 열대야를 기록한 이후 30일까지 열대야가 있었던 날이 19일이나 됐다. 이같은 7월 중 열대야 일수는 1909년 대구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고 국내를 통틀어서도 최고 기록이다. 7월 중 대구 지역 열대야는 94년 17일, 14년과 29년엔 각각 15일이었다. 낮 기온이 대구와 비슷한 경남 밀양·합천, 경북 영천시의 열대야가 1∼4일인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기상 전문가들은 덥고 습기가 많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찍 발달한 것을 이유로 든다. 7월 말이나 8월 초에 보이는 기압 배치가 이달 초에 나타나면서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의 첫 열대야는 이달 5일로 지난해보다 20일 빨랐다. 분지인 지형 특성상 낮 동안 쌓인 열이 흩어지지 않는 데다 열기를 머금은 아스팔트 도로와 냉방 열 등도 밤 기온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2007년과 2006년 7월엔 13, 19일씩 비가 내렸지만 올해는 10일밖에 비가 오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동한 대구기상대장은 “기압 배치와 강우량 부족, 지형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계명대 김해동(45·환경방재시스템학) 교수는 “주로 낮 시간 아스팔트 도로가 열기를 저장했다가 밤에 방출해 열대야를 유발한다”며 “적외선 에너지와 가시광선을 반사하는 차열성(遮熱性) 도료를 아스팔트에 칠하면 60도에 이르는 표면 온도를 15∼20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산 바람을 막는 높은 건물을 제한하는 등 바람 길을 터주는 도시계획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송의호·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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