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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 빈번한 곳 시설 안전관리 쉽게 ‘재해 지도’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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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번 여름에도 물난리가 이어지고 있다. 수재민 돕기 성금도 매년 내고 정부의 지원금도 계속된다. 피해를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 없이 으레 천재지변이려니 하고 계절이 바뀌면 망각에 빠지곤 한다. 이제는 반복의 고리를 끊고 유비무환 체제를 갖추어야 할 때라고 본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재해 지도를 작성해 실행해야 한다.

프랑스는 재해 지도를 엄격히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홍수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홍수지도(CZI)를 작성, 토지이용 계획을 통제해 홍수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지대는 주거지역 선정에서 제약을 두고 있다. 그래야만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개발계획이 수립될 수 있고 주거지역은 무엇보다도 주민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별로 재해 지도를 만들고, 재해 지도와 연계된 주택보험을 의무화하면 해마다 거듭되는 재난사고와 정부 지원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특히 재해 지도 연계 보험의 경우 집주인은 주택의 구조에 관한 보험에 가입하고 세든 사람이나 실제 거주자는 주택 내부에 관한 보험에 들도록 해야 효과적이다. 주택을 구입한 뒤 등기할 때 이런 보험서류가 필수적이어야 하고, 임대차 계약 때도 세든 사람이 집 보험 가입을 증명하는 서류 제출이 공인중개 과정에 포함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방식을 활용한다면 정부의 세출은 자연히 줄어들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이재민을 언제까지 정부가 보상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주민 입장에서도 재해 위험지역에 건축된 시설물들을 보강하거나 사전에 철거하는 것이 재해로 휩쓸리는 것보다 훨씬 더 경제적일 것이다. 재해 지도 연계 주택보험제도가 정착되면, 상습적으로 침수되어 보험금이 계속 지급되는 지역은 보험료가 높아질 것이다. 이 때문에 집세는 떨어지고 집값도 하락할 것이다. 주민은 자연스럽게 그 지역을 떠날 것이고 따라서 수재민도 줄어들 것이다.

홍창의 관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