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張씨수사 의혹 남기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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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이던 장학로(張學魯)씨 비리사건이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번지고 있다.제보자로 알려진 사람 2명이 기자들에게 張씨의 비리를 구체적으로 폭로하는가 하면 야당측은 일제히 도덕성을 거론하며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법에 의한 엄정한 처리를 거듭 지시했지만 총선거를 의식한 정부.여당은 사건을 빨리 진화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믿기는 어렵지만 『청와대에 들어간 초기에 張씨가 거의 매일 1억원씩 갖다줬다』『동거녀 형제들이 모두 돈세탁에 동원됐다』는등의 인척제보자의 증언은 충격적이다.승용차사물함이나 집안 쓰레기더미 옆에서도 수천만원의 현금다발이 목격됐다는 말이나,동거녀의 오빠 명의로 구입한 경기도 양평의 수억원짜리 부동산은 압력을 넣어 헐값으로 사들인 것이란 주장,노후복지연금을 비롯한 억원대의 예금.보험통장 등 곳곳에 의문 투성이다.
검찰은 수사착수 사흘만에 우선 3개 중소기업체로부터 1억4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張씨를 구속했다.물론 「깨끗한 정부」를 강조하던 시기에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억원대의 돈을 공공연하게 챙겼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그러나 수수금액 규모는 물론이고,떡값 등으로 알선수재혐의만 적용된 구속영장의 범죄사실은 당초 폭로된 축재규모나 내용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느낌을 누구나갖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張씨가 누구로부터 무슨 명목으로 얼마나 받아 어떻게 감춰두었느냐를 밝히는 일이다.그러므로 지금까지의 검찰수사로는 핵심부분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셈이다.만일 검찰이이 정도로 수사를 마무리하려 한다면 오히려 의혹 만 증폭시켜 문제를 더 크게 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검찰은 張씨의 구속이 사건의 마무리가 아니라 이제부터 수사를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권력형 비리수사가 축소.왜곡시비끝에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는 일이 많았지만 이번에도 그런 전철을 밟는다면 여당의 총선전략에 부 담되는 것은 물론이고 문민정부의 이미지마저 크게 훼손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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