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만델라의 이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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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금의 내 나이에 청춘은 다 갔을거라 생각했는데 당신을 마주한 순간,아니 당신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내마음은 불타는구려….저녁에는 당신을 포옹하며 당신이 만든 맛있는 음식을 먹고,또 침실에서의 잊을 수 없는 순간들….모두 내겐 잊혀지지 않는추억이오.』 넬슨 만델라가 국가전복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79년1월 아내 위니에게 보낸 옥중 연서(戀書)의 한토막이다.58년에 결혼하고 62년에 만델라가 체포돼 생이별해야했으니 그들의 결혼생활은 4년 남짓에 불과한데도 옥중에서 아내에게 보낸 편지들은 사랑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있었다.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은 이들의 절절한 사랑을 가리켜 「위대한 사랑」이라 치켜세우기도 했다.
90년2월 만델라가 석방된 후 이들 부부는 틈이 벌어져 별거에 들어갔지만 재작년 대통령에 당선한 만델라가 아내 위니를 전국구 국회의원에 당선시킨 뒤 예술문화부 차관으로까지 발탁하자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게 아니냐고 보는 사람들이 많 았다.
27년이상을 떨어져 살면서 단 하루도 서로를 잊은 적이 없다는 이들 부부가 막상 만나자마자 불화를 보인 까닭은 무엇일까.
위니가 연루된 89년의 어린이 납치 살해사건과 불륜.과음 등 무절제한 사생활 따위의 이유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만델라가 투옥돼 있는 동안 두 사람의 정치적 입장과 견해가 크게 달라지게됐다는 점이다.
온건한 만델라에 비해 급진개혁을 끈질기게 주창하는 위니가 원만한 부부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을게 분명하다.『92년이후 한번도 잠자리를 같이 하지 못했다』는 만델라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구적 결혼관은 결혼을 종교적.법적 절차를 거쳐 이뤄지는 영원한 유대 또는 약정으로 보는 견해,두 당사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사사로운 약정으로 보는 두가지 상반된 견해가 공존한다.어느 쪽이냐에 따라 이혼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다.앞의 결혼관은 이혼을 전적으로 반대하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뒤의결혼관은 쌍방의 합의나 어느 한쪽이 약정을 깨뜨렸을 때 이혼할수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만델라와 위니의 경우 만약 이혼의 배후에 정치적인 문제가 개재돼 있다면 정 치는 「위대한 사랑」조차 깨뜨릴 수 있다는 새로운 예를 보여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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