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로 비리돌출 총선 정국 강타-野 공세.與 불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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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학로(張學魯)사건이 총선정국을 강타했다.검찰은 국민회의가 21일 장학로 청와대제1부속실장의 37억원 축재의혹을 제기하자이날밤 張실장을 소환,조사에 착수했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장학로 정국」이 선거에 미칠 파장을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야3당은 이날 모처럼 한 목소리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국민회의는 이날 張실장의 축재 의혹을 제기한뒤 선대위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등 발빠르게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고 나섰다.김한길대변인은 『張씨 비리는현정권이 부르짖는 개혁의 실체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대통령 핵심측근들과 관련한 비리 의혹중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방순회중이던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는 뉴스를 통해 이 사실을 접하자 즉각 카폰을 통해 이동복(李東馥)선대위대변인에게 강경대응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의 김홍신(金洪信)선대위대변인은 『이제 선거는 깨끗한 세력과 부패세력의 대결로 좁혀졌다』며 비판했다.
…청와대는 21일 즉각 張실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검찰의 수사방침을 발표하는등 발빠른 대응을 했다.문종수(文鐘洙)민정수석은『전직대통령을 두명이나 구속한 마당에 측근 비서관에게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안의 성격상 그대로 덮어둘 수 없다는 판단하에 야당의 공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조치를 취함으로써 金대통령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것을 막으려 한 것이다.金대통령의 핵심측근은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 여자문제가 공개적으로 드러났으면 책임을 지고물러나야 마땅한 것』이라며 『金대통령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상도동 「가신그룹」은 『혐의를 받으면 무조건 물러나야 하느냐』면서 『張실장의 사표가 수리되고 文수석이 대검중수부의 수사방침을 발표해버려 마치 張실장의 혐의를 인정하는듯한 분위기가 돼버렸다』고 불만이 상당하다.
국민회의측에서 張실장 문제를 공개하려는 움직임은 일찍부터 張실장측에 포착됐다.張실장은 이에따라 20일 金대통령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金대통령은 이에 대노(大怒)했다는 것.
총선을 눈앞에 두고 金대통령의 최측근이 여성문제및 비리혐의로물러난 것은 검찰조사에서 무혐의로 드러나더라도 총선에 약영향을미칠 것은 분명하다.따라서 여권에서 국민회의등을 대상으로한 맞불작전이 펼쳐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한국당은 한마디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표정이다.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모시는」장학로 청와대제1부속실장의 37억원 비리혐의는 신한국당이 이번 선거들어 직면한 최대 악재다. 신한국당은 국민회의측의 폭로 소식이 전해지자 『철저한진상규명을 통해 더이상의 사태악화는 막아야 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그러면서 당 차원의 유감을 즉각 표명했다.
김철(金哲)선대위대변인은 『우리 당은 張실장 혐의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문제발생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폭로 자체에 대해서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야당도 검찰의 수사결과를 일단 지켜보기 바란다』며 최대한의 겸양을 보였다.
주요 당직자들은 하루종일 침통한 표정으로 일관했다.이회창(李會昌)선대위의장은 이날오전 광명갑 지구당대회에 참석했다가 기자들과 만나자 굳은 표정으로 『그 문제는 당에서 얘기할 것』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박찬종(朴燦鍾)수도권대책위원장은 광명에서 인천으로 향하던중 보고를 받고 『이래가지고 선거를 어떻게 치르느냐』며 화를 냈다. …張실장에 대한 청와대의 수사지시가 내려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검은 이날 오후 수사에 착수.
김기수(金起秀)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외부인사 접촉을 일절 피한 채 모처와 전화연락을 취하느라 바쁜 모습이었고,대검 중수부도 국민회의의 보도자료를 급히 구해 검토하는 한편 청와대의 동향등에 관한 보도내용이 들어오는 대로 그때 그때 부장실로 보고. 안강민(安剛民)대검중수부장은 『총장을 통해 점심시간 직전 「검찰에서 수사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두우.김현종 이용택.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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