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엉뚱한 예측 방송 이대로 둘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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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상파 방송3사의 총선 예측보도가 빗나갔다. 개표방송을 보러 텔레비전 앞에 모여든 시청자들은 한 후보가 초저녁에는 낙선의 변을 말하다 밤늦게 당선의 변을 말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방송사들이 당선 확실을 예측한 지역구 중 KBS와 SBS는 196곳 가운데 6곳, MBC는 206개 지역구 가운데 7곳에서 당선자의 얼굴이 달라졌다. 이번 선거의 관심사였던 정당의 판세나 제1당의 과반의석 확보를 맞혔다는 사실이 당락이 뒤바뀐 사람들의 정신적 상처나,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의 혼란까지 상쇄해줄 수는 없다.

탄핵역풍에 박근혜 바람과 정동영 의장의 노인 푸대접 발언을 둘러싼 해프닝까지 겹쳐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했던 이번 총선인지라 박빙 지역이 많아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음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그런데도 개표 초반부터 '당선 확실'을 남발했으니 이것이 선정적인 시청률 지상주의 경쟁이 아니고 무엇인가.

최근 들어 언론은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자기점검 없이는 한국언론 전체가 불신의 빅뱅에 빠져들 위험도 없지 않다. 이런 판국에 거대한 영향력을 지닌 방송사들이 성급한 속보경쟁으로 부정확한 예측보도를 하고 나선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미 제16대 총선 예측보도에서 정당판세까지 뒤집어 보도하는 어처구니 없는 오보를 한 적이 있다. 방송사들은 대선이나 지자체 선거와 달리 총선에서는 숨은 표심이 많음을 감안해 보다 정교한 예측기법을 개발하고, 성급한 속보경쟁을 지양해 언론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관계당국에 선거기간 중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허용할 것을 재삼 요구한다. 언론사들의 여론조사가 꾸준히 발표됐더라면 방송사의 개표방송에만 시청자들이 매달리지 않을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오차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방송사들의 시행착오는 이번 선거로 끝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