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료계 달라진 병원평가 풍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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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일본의 병원 서비스 평가는 의료계 스스로 자신들을 평가하고 이를 대중에 공표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다.
의료소비자를 철저하게 의식하기 시작하는 거보(巨步)로 평가되며,국내 의료계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연구팀의 나가하라 히데오미(中原英臣)교수는 보고서에서『의사는더 이상 재미보는 직업 이 아니며 특별하지도 않다』는 흥미로운결론도 내리고 있다.
일본은 60년대 저명한 의대교수가 환자의 알권리를 위한다며 자신의 오진율을 발표하는 등 오래전부터 소비자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병원평가도 그같은 노력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병원의 질(質)을 가늠하는 잣대를 바꾸고,병원과 의사들의 환자를 위한서비스향상 노력을 촉진하는 「소비자 마인드」에 다름아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유명의사의 오진율 발표는 서울대병원 내과에서 80년대말에서야있었다. 병원평가는 보건복지부가 3년전부터 소비자보호 측면에서검토하기 시작했다.
호텔에 등급을 매기듯 병원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겨 서비스개선을 자극하자는 취지에서다.

<본지 93년2월17일자 사회면 보도> 이어 지난해「의료기관서비스 평가협의회」를 구성,39개 대학 및 대형병원(3차진료기관)의 서비스평가를 실시중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결과를 공표하거나 순위를 밝힐 생각이 없다.물론 일본 정부(후생성)도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우리 의료계는 일본처럼 자체적으로 병원서비스를 평가,순위를 공표할 엄두도 못낸다는 사실이다.오히려 정부가 실시하는평가까지 못마땅해하는 게 현실이다.
미국등 선진국에서는 이미「동료감시(Peer-Review)」가일반화돼 있다.
지역의사회가 동료의사들의 비리를 감시하고,병원의 수술성공률도평가한다.언론의 병원평가에도 대체로 협조적이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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