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심리실험으로 풀어 본 동서양 문화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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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는 ‘동서양 문화의 차이’라는 오래된 주제를,‘문화심리 실험’이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가는 특이한 책이다.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석좌교수인 리처드 니스벳은 미국·한국·중국·일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심리 실험을 통해 동서양인의 사유 방식이 과거에만 달랐던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 교토대학과 미국 미시간대학 학생들에게 사진 한 장씩을 보여주고 나서 ‘자신들이 본 것을 회상해 보라’고 했다. 그 결과 화면 중앙의 초점 역할을 했던 물고기에 대해선 모두 비슷하게 언급했으나, 배경 요소(물·바위·물거품·수초와 다른 동물 등)에 대해서는 일본 학생들이 미국 학생보다 60% 이상 더 많이 언급했다. 일본 학생들은 개별적 물고기보다 전체적인 관계를 언급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테면 그들의 회상은 “음, 연못처럼 보였어요”라고 전체 맥락을 언급하면서 시작했지만, 미국 학생들은 “송어 같은데 큰 물고기가 왼쪽으로 움직였어요”처럼 초점의 역할을 했던 물고기를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런 유의 실험을 거쳐 저자는 “현대의 동양인들이 고대의 동양인처럼 세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전체 맥락에 주의를 기울이며, 사건들 사이의 관계성을 파악하는 데 익숙하다”고 분석한다. 반면 “현대의 서양인들은 고대의 그리스인들처럼 세상을 보다 분석적이고 원자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사물을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많다”고 했다.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가 보였던 사고방식의 차이가 지금도 면면히 계승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의 차이가 우열 개념과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명의 서구화’를 주장한 프랜시스 후쿠야마나 ‘문명 충돌’을 예견한 새뮤얼 헌팅턴과 달리 저자는 동양과 서양이 서로 차이를 수렴해 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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