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자여건 가장 나쁜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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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은 외국인들이 투자하기에 가장 열악한 조건을 갖춘 나라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고임금.고지가(高地價).고금리등 고비용구조에다 규제가 까다롭고 관리들의 불친절한 자세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최근 세계 주요 공단용지의 분양가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가 중국.홍콩.말레이시아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보다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부산 명지녹산공단의 경우 평방당 분양가가 2백26.8달러로 일본 이아키요시마 중핵공단의 평방당 1백95.6달러 보다 31.2달러,홍콩 타이포공단의 평방당 1백74.8달러 보다도 52달러나 비싼 것으로 밝혀졌다.이런 조건으로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가지 예(例)에 불과하다.임금과 금리조건도 나쁜데다 사회간접자본시설도 미비,한국에 투자해봤자 건져가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외국인의 투자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까다로운 규제와 관리들의 자세가 안돼 있다는 점이다.
영국.프랑스.캐나다등 구미(歐美)선진국들은 고용조건만 해결되면 외국인투자에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땅도 주고,공장도 지어주고, 현금도 대주며,세제혜택도 부여한다.삼성전자가 영국의 윈야드공장을 세웠을 때 땅값은 평방당 1파운드,대우전 자가 프랑스롱위지방에 전자레인지공장을 세우면서 지불한 땅값은 1천5백평에단돈 1프랑이다.땅을 거저 줄 수 없어 상징적으로 제시한 가격이다.여기에다 이들 나라들은 투자액의 20~35%를 장기저리로융자해주고,일정기간 각종 세제혜택 도 베푼다.공장건설에 따른 민원해결을 위해 담당관리들이 비행기를 타고 와 현장에서 직접 처리해준다고 한다.
우리 관리들은 바로 이런 점을 본받아야 한다.대통령이 「투자하기 가장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아무리 외쳐보았자 실무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한낱 구호에 그칠 뿐이다.이런 악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외국인투자는 고사하고 2000 년대엔 국내기업도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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