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르포>27.서울 강동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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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7일 오전 서울강동구둔촌2동 미도연립아파트.
주부 12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신한국당 김중위(金重緯.57)의원의 의정보고회 자리.
『정치얘기는 그렇다 치고…,아파트 앞 길동네거리에는 왜 지하철역이 없느냐』며 한 30대주부가 캐묻자 金의원은 기다렸다는듯양복 안주머니에서 한장의 서류를 꺼낸다.
앞면에는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장앞으로 보낸 「건의서」,뒷면에는 서울시의 「답변서」가 복사된 서류다.
지하철 5호선을 유치한 업적을 은근히 내세움과 동시에 네거리역 신설이 불가능함을 서울시 이름을 빌려 해명한다는 전략이다.
『이 지역을 위해 일해온 인물을 뽑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죠,여러분…,그런데 전혀 이 곳과 관련없는 사람들이 국회의원하겠다고 나서고 있어요』라며 야당 3후보가 「타지 출신」임을 은근히 강조한다.
이 지역은 역대선거때마다 박빙의 대접전을 이룬곳.유권자 16만여명에 1,2위표차가 13대때 2천여표,14대때는 1천5백여표에 불과했다.이번 총선에서도 1천표안팎의 표차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것은 후보들의 공통된 의견.
『한번 더 밀어줘 크게 키워달라』는 3선의 金의원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진 것은 민주당내 최고 「논객」인 장기욱(張基旭.52)의원과 자민련에서는 재선출신의 허경구(許景九.54)전의원,70년대 운동권의 핵심멤버였던 국민회의 심재권(沈 載權.49)후보다.호남표가 유권자의 30%에 달하고 충청표도 27%를 차지해 4명의 후보 모두 당에서는 당선을 확신하는 그야말로 「안개지역구」다.
같은 날 오후 천호네거리.
『어려운 시대엔 한 사람쯤 천재는 필요하지…,당신이 외치는 그 고집 우리의 살길 아니더라….』 1.5트럭 위에 놓여진 멀티비전에서 張의원의 얼굴과 함께 모시인이 지은 「천재 장기욱」이라는 시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정작 張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하도 얼굴이 잘알려져 있어 멀티비전만 봐도 누구인지 다 아는데…』라는 것이 張의원측 설명.
정치드라마로 유명해진 장태완(張泰玩)재향군인회장의 격려사도 곁들어져 유권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같은 날 오후 천호중학교 운동장.
조기축구회 대회장을 찾은 沈위원장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라며 한 40대 남자가 비아냥거리자 『정치초년병에 조직책을 맡은지 한 달밖에 안된다』며 공손히 인사를 나눈다.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가오는 21세기는 새로운 정치인이 책임지겠다는 논리로 선거를 치를 방침이다.
許전의원은 『고정표인 충청표에다 고향인 강원표(7%)를 엮으면 당선은 무난』하다며 시장.상가를 두루 다니며 상승세를 타고있다. 그는 50%에 육박하는 서민층을 파고드는 것이 자신의 차별화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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