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투성이 선거감시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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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멋진 경기를 위한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심판이다.공정하고 유능한 심판아래서 명승부가 나온다.선거가 후보들간의 경기라면 심판은 선거관리위원회다.선관위가 제 역할을 한다면 얼마든지 멋진선거,훌륭한 승부를 기대할수 있다는 말이다.물론 중앙선관위는 선거때만 되면 『이번에야 말로 공명선거를 정착시키겠다』고 다짐해왔다.해방이후 계속 그래왔다.하지만 언제나 공염불이었다.
중앙선관위의 권위도 땅에 떨어졌다.옥외 시국강연회가 불법집회라고 제지를 했는데도 강행했다.정당들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선거법 집행에 큰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출마하는 A후보의 주장은 충격적이다.『지구당은 법에따라 매일 회계장부를 기록하는데 자칫 이를 빼먹기도 합니다.한데 선관위원들이 들이닥쳐 회계장부를 요구하면 입막음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단속을 하면서 「선관위 직원들에게 밥을 사는건 불법이 아니다」라고도 말합디다.』 경기지역의 B후보도 『개편대회.후원회를 마치고 나니 선관위원들이 은근히 돈을 요구하더라』며『다른 후보와 상의하니 「그런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선거를 치르느냐」는 핀잔만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미꾸라지 한마리가 연못을 흐린다」는 말처럼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그러나 「심판」이 그 모양이면 그 지역의 게임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지역 선관위의 불공정도 후보들마다 지적하는 내용이다.서울의 한 지구당에서는 선관위원이 불 법성 당원집회에 참석해 특정후보 지지발언을 했다 적발돼 선관위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L후보는 『구의원.협의회장들과 같이 슈퍼마켓 주인과 악수하고있는데 선관위측에서 나와 카메라를 들이대며 「불법이다」고 고함을 쳐 망신을 당했다』며 『상대 후보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을 신고해도 나가보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L후보는 『선관위 사무국장이 상대 후보와 동향인데 단속을 하는 건지 상대방 선거운동을 하는 건지 구별이 안간다』고 하소연했다.그러나 대부분의 후보들은 항의도 제대로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다.코에 걸면코걸이,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선거 법하에서 자칫 밉보였다간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단속체계 자체가 근본적인 한계를 갖는다는 지적도 나온다.구조 자체가 『말뿐인 단속』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가 말단 선거 감시조직의 선관위원과 특별단속요원들이다.현재 3백2개 구.시.군선관위에는 각 당에서 추천한 4명,자체추천 6명등 약10명 정도의 선관위원들이 있다.
또 1만6천3백95개나 되는 투표구선관위에도 정당추천 4명,지역인사 4명등 약8명의 선관위원(단속요원을 겸임하기도 함)들이 있다.
계산대로라면 10만명이 넘는다.따라서 이 인원이 감시만 제대로 하면 불법이 발생할리 없다.하지만 위원들의 선발 자체가 주먹구구식인데다 지역토박이들인 이들은 특정 후보와 유착되는 경우가 많아 단속실적은 거의 전무하다.대부분이 선거법 자체를 잘 모른다. 요즘 정당연설회에 가보면 지역 선관위원들이 참석한 걸쉽게 볼수 있다.일부 후보가 친한 선관위원들을 행사에 참석시킨뒤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증거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선거단속을 해야할 이들이 노골적으로 특정후보편을 드는 경우도 적지않다.
때만 되면 동원되는 공무원들도 선거단속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서울 강서지역 구청직원 A씨는 단속지원을 『휴가가는 것』이라고 했다.슬슬 지구당사나 돌다 하루를 끝낸다는 것이다.담당공무원들이 선거지원 업무로 빠져 생기는 행정공백까지를고려한다면 폐해가 막심하다.
김종혁.은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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