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재판 새 국면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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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던 노무현 대통령. 그에게 마침내 봄날이 온 것일까. 원내 3당이던 열린우리당의 1당 진입. 정치적 연금상태에 있던 盧대통령에겐 봄비 같은 소식이다.

盧대통령은 최근 출입기자들과의 '산상(山上) 간담회'에서 자신이 정치적.법률적으로 두개의 심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하나는 재신임, 다른 하나는 탄핵소추안에 대한 심판이다. 이 중 재신임 심판은 사실상 끝이 났다. 盧대통령은 재신임을 총선에 연계하면서 뚜렷한 의석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1당이 된 상황에서 기준은 무의미한 것이 돼버렸다.

남은 건 법적 심판이다.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리는 盧대통령에겐 마지막 관문이다. 여권에선 낙관적 결론을 기대하고 있다. 헌재의 심리도 결국 총선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권은 4.15 총선 전 탄핵소추안에 대해 결론을 내려 달라고 헌재를 압박했다. 헌재는 조기 결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헌재의 이런 태도를 일종의 시간벌기로 판단하고 있다. 총선 민의를 확인하려 했다는 것이다. 만약 탄핵의 부당성을 전면에 내걸었던 열린우리당이 선거에 패했다면 헌재로서도 탄핵 사유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한때 여권 내에 탄핵 위기론이 일었던 배경이다.

열린우리당이 승리를 거둔 마당에 헌재가 탄핵안이라는 핵폭탄을 터뜨리진 않을 것이라는 게 여권의 희망섞인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의 1당이 굳어지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헌재가 국론 분열이나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쪽으로 상황을 몰고 가진 않을 것 같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물론 헌재는 법률적 문제 말고는 일절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盧대통령 지지자들은 가만히 앉아 헌재의 결론을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을 태세다.

총선이 끝난 15일 오후 盧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 광화문에 모여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탄핵 반대 여론의 재점화에 나서 헌재를 적극적으로 압박하려 하고 있다.

정치권도 해법 모색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탄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 지도부 회담과 盧대통령의 사과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반응은 미지수이나 새로운 파트너가 될 민주노동당은 탄핵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모두 헌재의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권은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盧대통령은 총선 승리와 더불어 모든 난제들을 일괄적으로 털고 갈 수 있게 된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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