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보다 배당 더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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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순이익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배당성향이 100%가 넘는 상장사는 2001년 9개사, 2002년 10개사에서 지난해 19개사로 증가했다.

코스닥도 2001년 6개사에서 지난해 16개사로 늘어났다.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 수치가 100%가 넘는 다는 것은 기업들이 한해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의 액수가 더 많다는 뜻이다.

이들 기업은 내부 자금사정이 좋기 때문에 고배당 정책을 펼쳤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실적이 나빴더라도 회사에서 수년간 쌓아놓은 이익잉여금이 남아돌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일부를 환원했다는 것이다.

코스닥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배당성향(492%)을 나타낸 한국기술투자 관계자는 "순이익과 관계없이 주가관리 차원에서 매년 일정수준의 배당금을 유지해왔다"며 "내년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증시 비중이 높아진 가운데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높아진 점도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도록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대주주인 소버린과 마찰을 빚었던 SK㈜는 당기순이익은 151억원에 불과했지만 배당총액은 961억원에 달해 배당성향(633%)이 거래소와 코스닥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배당금 총액도 2001년 3조8400억원, 2002년 5조8800억원에서 지난해 7조2200억원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신흥증권 이필호 리서치팀장은 "주주가치를 높이고 기관투자가의 저변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이익잉여금이 유출돼 기업의 성장 여력을 줄이는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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