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무역적자解法은없나>2.무라타제작소 현장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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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본의 유명한 경영분석가 가라쓰 하지메(唐津一)는 『최대의 인공자원을 보유하고 있는한 태양(일본)은 결코 지지 않는다』고선언했다.94년 10월 일본이 불황의 한복판에 빠져있을 때의 일이다.무라타(村田)제작소가 돌에서 뽑아내는 세 라믹 필터도 그 인공자원의 하나다.
교토(京都)근교의 무라타 본사를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않았다.무라타는 가장 가까운 나가오카(長岡)역 역무원도 고개를갸웃거릴만큼 생소한 이름이었다.하지만 세계 전자업계에서 무라타를 모르는 경우는 없다.세계시장 점유율 90% 의 압전 세라믹필터에서 점유율 35%인 온도센서에 이르기까지.
『엄밀히 말해 완전한 한국산 전자제품은 있을 수 없다.그 안에 반드시 무라타의 세라믹 필터가 들어가 있다.』 오시마 유키오(大島幸男)과장의 얘기다.
세라믹 필터는 디지털 시대의 수문장이라고 불리는 핵심부품.이것이 없으면 전자파장애로 영상과 음성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휴대용전화기.삐삐.컴퓨터.TV.VCR등이 모두 무용지물이다.한국전자부품업계에서도 세라믹 필터는 오랜 꿈이었다.
4년전에는 통상산업부가 국산화대체품목으로 선정해 과감한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아무리 검토해도 사업성이 없었다.납기.품질은 물론이고 가격에서도 무라타에 맞설 가능성은 찾아낼 수 없었다.』 세라믹필터에 도전했다 손을 든 쌍신전기 장광현(張光賢.43)사장은 『생산라인을 완전자동화한 무라타에 싼 임금은 아무 런 의미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비슷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수입대체가 불가능한,이같은 제2의 세라믹 필터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94년 국산화지원대상 부품 가운데 2백8건이 중간에서 개발을 포기해야 했다.같은해 개발을 완료한 5백16건의 절반에가까운 수치다.대부분은 세라믹 필터의 경우와 같은 사업성 결여(73건)나 기술부족.소재(素材)불명(69건)이 원인이었다.
그래서 연간 5백억원어치의 세라믹 필터,3백억원어치의 온도센서가 고스란히 대일(對日)무역역조에 반영되고 있지만 한국으로서는 속수무책이다.
무라타의 경쟁력은 물론 앞선 기술에서 나온다.카폰의 무게가 지난 17년동안 30분의1로 줄어들었지만 무라타는 단 6년만에부피가 1백분의1로 줄어든 새로운 「기가필」을 개발해냈다.
독창적인 제품을 비싼 가격에 팔기보다 신뢰도 높은 제품을 저비용에 공급한다는 무라타의 전략도 후발업체들이 뛰어넘기 힘든 장벽이다.그러나 무라타의 진짜 강점은 일본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길러진 경쟁력이다.현재 압전 세라믹 필 터는 무라타.TDK.교(京)세라등 일본업체들만 만들고 있지만 그 경쟁은 피를 말릴 정도다.
한국의 주요 전자업체들이 초엔고 속에서도 엔화가 아닌 달러결제로 세라믹 필터를 계속 수입할 수 있었던 것이 이런 경쟁의 부산물이었다면 그런 과정에서 길러진 경쟁력때문에 좌절되는 국산대체,또 대일 수입의존 심화는 그 후유증인 것이다 .
도쿄=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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