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막판 득표전 과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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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이버 공간을 점령하라'.

투표를 하루 앞둔 14일 네티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해 막바지 '득표 활동'에 열을 올렸다.

특정후보를 인신 공격하는 등의 흑색선전은 많지 않았다. 대신 경쟁 당과 지도부를 비방하는 글이 잇따랐다. 근거 없는 선거 판세 분석을 올리거나 표 결집을 노려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교묘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아전인수식 판세 분석=근거 없는 총선 판세 분석을 올린 다음 한 표를 호소했다.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서 'cutiefox'라는 네티즌은 '판세 분석 호소문'을 올려놓고 각 당의 예상 의석 수를 열거한 뒤 "1초가 세상을 바꾸고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꿉니다"며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긴급특보, 14시 현재 판세 분석'(아이디 jhj3753)이 올랐다. 이 네티즌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추세여서 승리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한 패러디 사이트에서는 여론조사 내용인 것처럼 꾸며 허위 정보를 흘리고 있다. "서울 근교 지역에서 우리팀이 33-31로 겨우 2점 앞서 이대로 끝나면 우리팀 감독이 잘린다"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지역주의 비난=대구.경북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압승할 가능성이 커지자 다른 지역 네티즌들이 대구시청.경북도청 홈페이지에 이를 비난하는 글을 무더기로 올리고 있다. 경기도 고양의 '지겨워'라는 네티즌은 "TK여! 지역주의 속에서 만수무강하라"며 비아냥댔다. ID '강원도'는 "표심을 훑어보니 대구.경북민들이 미워진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대구지역 네티즌들은 "선거 두번 하면 서로 잡아먹겠다" 등의 글로 응수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외지 네티즌들의 사이버 습격은 지난달 말 시작해 대구시청 홈페이지의 경우 하루 20~30건의 글이 게재되고 있다. 대구시 정보화담당관실 관계자는 "표현이 과격하거나 특정 정당.후보를 비방하는 글들을 하루 세 차례 삭제하고 있으나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이버상 노인 비하=노인을 깎아내리거나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이 이어졌다. 처음 시행되는 1인2표제 투표방법을 노인들에게 틀리게 가르쳐주고, 노인들을 투표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쏟아졌다. 한 사이트의 게시판에 등록된 '설득 안 되는 할머니.할아버지 공략'에서는 "설득 안 되는 할아버지나 부모님께 투표 용지 한 장에 도장 두개씩 찍도록 설명한다"는 내용이 올라와 있다. 무효표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 밖에 "젊은이들이 당신들을 탄핵할 것""앞으로 노약자 우대석에 앉을 생각, 꿈에도 하지 말라"는 등의 글도 눈에 띄었다. 반면 "어른들께 그런 거짓말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나"라며 나무라는 네티즌도 있었다.

정기환.김정수.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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