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칼럼>월드컵유치 과정도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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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6월1일을 향해 월드컵 2002년대회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한.일간 유치경쟁은 자존심을 건 한판의 국가적 승부로 치닫고 있는듯한 인상이다.
아무리 규모가 크고 세계적인 관심과 경제.문화 파급효과가 큰대회라고는 하지만 결국 스 포츠 이벤트의 하나인 월드컵 유치에두 나라가 국가의 체면을 걸고 경쟁한다면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논리와 명분,그리고 세련된 도덕적 규범이 전제돼야 한다.
다분히 언론플레이의 인상이 없지 않지만 YS 효과,하시류 효과 운운하는 것은 월드컵 유치에 기름을 붓는 격이며 이런 현상이 확대되고 첨예화돼 「이기고 지는 문제」로 초점이 모아지면 독도문제와는 별개의,그러나 국민감정의 처리라는 새 로운 벽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한.일 양국 당사자들은 각각 4백억원 가까운 엄청난 돈을 뿌리며 D데이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지 않은가. 지난 2월 한국에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월드컵대회는 한국에서 개최될 것이 71.1%,모르겠다가 21%였고 일본(세론조사)의 경우 어느 쪽이든 좋다가 53%,일본이 개최해야가 29%로 집계됐다.
두나라 국민의 월드컵에 대한 인식 편차가 확연하다.
여론조사에 비친 한국인의 의식은 70%이상이 유치에 성공한다는 확신을 바탕에 깔고 있으며 일본인은 소극적이면서도 80%이상이 긍정적이다.말하자면 한국은 절대유치고 일본은 최선을 다하라는 유연성을 지니고 있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특히 축구에 관한한 막연하나마 우월의식을갖고있는 것같다.
이러한 현실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월드컵 유치는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를바 없는 것으로 분위기가 잡혀있는 점에서도 그렇다.이러한 분위기가 사실은 유치 활동에 무거운 짐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그것은 구평회 위원장의 말처럼 만약의 경우 전진도,후퇴도 못하는 경직성으로 손발을 묶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월드컵 유치에 대한 반대의견이나 비판등 소수 의견은 국민정서에 반하고 국익에 역행하는 것으로 치부되는등 의사 내셔널리즘의대두가 두려운 오늘이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우리는 대회 유치의 당위성만을 강조했을 뿐 그 보이지않는 마이너스적 요인과 문제점들은 애써 피해왔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월드컵이 인식되기는 94년의 미국대회부터였다.미국은 무려 2억3천만달러의 운영수익금을 올렸고 98년의 파리대회는 4억1천만달러,2002년 대회는 10억달러 이상의 수익과 7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한국개발원은추산하고 있다.
사물에는 표리가 있듯이 이 황금어장의 주변에는 상어떼들이 우글거리게 마련이다.이 상어떼들을 퇴치할 일들을 방치한채 오늘에이른 감이 없지 않다.
6월은 유치운동 성공의 시작이자 실패의 출발일수 있는 시점이다.대회는 아직 6년의 시 간을 남겨놓고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처럼 이 역사적 대사업 추진에도 그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월드컵대회는 21명의 집행위원들 손에 달려있고 이들의 평가기준은 어디까지나 축구문화의 토양과 그 가능성이 지 목소리가큰 것과는 별개라는 점도 아울러 인식할 때다.
〈언론인.KOC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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