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장 릴레이 인터뷰 <4>

중앙일보

입력

올초 일산서 열린 고양꽃박람회의 최고 화젯거리는 꽃이 아닌 중학생 영어통역사였다. 박람회의 분위기를 꽃피운 40명의 중학생영어통역사는 고양교육청이 1년여 전부터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다. 올해는 10명의 중학생 중국어통역사도 함께 선발했다. 어학교육의 메카를 꿈꾸고 있는 고양시의 민웅기(56) 교육장을 만났다.

"중학생 영어통역사
해마다 20명씩 추가로 뽑아
국제규모 행사에 투입할 터"


- 중학생 영어통역사 선발은 어떻게 이뤄졌나.
  “지난해 선발된 1기에 이어 지난 12일 제2기 중학생영어통역사 20명이 새롭게 선발됐다. 이들은 영어경시대회를 비롯한 3차례의 평가를 거쳐 선발됐다. 1만5000명의 지원자가 몰린 점을 감안하면 선발된 이들의 실력을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다. 이후 통역사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해 전문 통역사 못지않은 자질을 갖출 예정이다.”
- 이들의 활용계획이 궁금하다.
  “고양시 지역에는 꽃 박람회 등 국제 규모의 전시 행사가 많이 열린다. 따라서 이들의 활용도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전문적인 비즈니스 통역까지는 힘들겠지만 이 지역의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은 훌륭히 해낼 것이다. 고양문화원과 연계해 지역의 문화와 역사·전통을 공부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 대규모로 펼쳐질 국제 꽃박람회에서 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해마다 20명씩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다.”
- 중국어통역사도 선발할 계획이라는데.
  “2012년 한류우드 조성이 끝나면 차이나타운 등이 들어서면서 중국어 통역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에 대비해 올해부터 해마다 10명씩 중학생 중국어통역사를 선발할 계획이다. 선발방식은 영어통역사와 비슷하다.”
- 어학교육의 메카를 자부하는데 이와 관련한 정책이 있나.
  “이번 여름방학 중 1개월간 초등학생 100명을 선발해 필리핀으로 영어연수를 보낸다. 대규모 학생을 직접 해외로 연수 보내는 지역 교육청은 전국에서 유일할 것이다. 또 지난달 실시한 영어경시대회에도 1만5000여 명이 참여해 대회 규모나 내용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올해부터 모든 방과후 학교에 중국어 수업도 반드시 편성하도록 조치했다.”
-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영어몰입교육의 근본 취지는 옳다고 본다. 하지만 반드시 교원확보가 선행돼야한다. 아직까지는 현재의 교원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점차 수급의 불균형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어몰입교육 형태의 수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원확보는 중앙정부가 나서야 할 부분이다.”
- 몰입교육의 사례가 있나.
  “이 지역에는 그 개념조차 생소하던 3~4년 전부터 교사동아리 활동을 통해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연구해오고 있다. 교사들의 자체 모임성격이었지만 성과가 좋아 초등학교의 경우 일부 도입하고 있는 과목도 있는 것으로 안다. 방과후 학교에서 요리영어반·축구영어반 등 다양한 테마로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2학기에 영어 원어민 교사 20명을 추가로 배정해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는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 그밖에 이 지역의 현안이 있다면.
  “지역격차 해소가 관건이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덕양구 외곽 농촌지역의 교육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우선 우수교원을 집중 배치하고 소규모 학교를 4개씩 묶어 방과후 거점학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밖에 일산구 지역 학교의 시설이 낡아 환경개선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 위장전입자로 인해 원하는 중학교에 배정받지 못한 지역 거주민들의 불만이 거세다는데.
  “위장 전입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법적 단속권도 없는데다 실사를 나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더라도 막무가내로 거주를 주장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중입 배정의 적절한 모델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이 9월까지 진행 중이다. 정책이 수립되면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 중입도 문제지만 고입과정에서 우수한 학생들의 외부 유출을 걱정하는 의견이 많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타 지역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하면서 인재 유출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 지역에도 고양외고가 있지만 특목고 1개로는 부족하다. 과학고나 국제고·자율형 사립고 추가설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특성화고인 영상미디어고는 올해안에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최근 공·사교육의 공조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사교육은 서로 배타적이어선 곤란하다. 각자의 교육 영역이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공교육의 신뢰가 떨어져 불균형을 이루는 점이 문제다. 공교육도 이제는 경쟁이 필요하다. 교사들의 경쟁력 향상이 중요하다. 사교육 기관 강사들에 비해 실력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청에서 다양한 교사 연수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또 설문조사를 통해 교사들이 원하는 강좌나 전문가 초청 연수도 적극 열고 있다. 이제는 교사들이 나서야 할 때다.”
- 방과후 거점학교 등 변화된 공교육 정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일단 학교를 빠져나가려는 습성이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다. 이를 잘 이용한 정책이 방과후 거점학교다. 현재 시범 실시중인 이 정책은 평가가 끝나는 대로 내년부터 학교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지자체나 유관기관과 업무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나.
  “지역교육청은 성격상 지자체와 긴밀하게 업무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교육 현안 해결을 위한 교육청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점차 지역의 교육 환경 개선도 지자체의 중요 업무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협조가 잘 이뤄지는 편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1교1사 자매결연정책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50여개의 학교와 기업·기관이 자매결연을 통해 장학사업, 교사연수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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