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치하의 빈 슈타츠오퍼 48장 CD로 다시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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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1933년부터 44년까지 나치독일 치하 빈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에서의 실황녹음이 코흐 인터내셔널 레이블로 국내 출시됐다. 48장의 CD로 처음 공개된 이 「빈 슈타츠오퍼 라이브」 시리즈엔 클레멘스 클라우스.펠릭스 바인가르트너.한스 크나퍼츠부쉬.브루노 발터.리하르트 슈트라우스.카를 뵘 등 전설적 지휘자들의 녹음이 담겨 있다.
이 음반은 당시 빈 국립오페라극장 감독 겸 지휘자였던 클라우스의 허락을 받아 음향 엔지니어 헤르만 메이가 소장하고 있던 테이프를 세계 최초로 공개,디지털 녹음으로 재생한 것.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를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포함시킨 나치당국의 음악정책에 따라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게 특징이다.
어릴 때부터 바그너의 음악에 심취했던 히틀러는 바그너 작품을상연할 때마다 이 오페라단에 5만마르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시리즈에는 클레멘스 클라우스가 발탁한 바그너 테너 프란츠뵐커.세트 스반홀름,루마니아 태생의 소프라노 비오리카 우르술레악(클라우스의 아내),바그너 가수인 바리톤 파울 쇠플러.유시 비욜링.한스 호터 등 당대를 풍미하던 정상급 성 악가들의 생생한 녹음이 담겨 있다.
빈 오페라극장은 제2차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달했던 44년 가을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전곡을 상연한 후 문을 닫았다.이듬해 3월 연합군의 공습으로 거의 파괴되었다가 55년 오늘날의모습으로 재건됐다.
45년 이전의 실황녹음은 빈 오페라극장에만 유일하게 모두 남아있어 이 음반의 역사적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02)325-9071.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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