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프리즘>악역열연 제2전성기존 트래볼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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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개성있는 악역」으로 거듭난 디스코보이.77년 『토요일밤의 열기』로 세계적인 디스코선풍을 일으켰던 존 트래볼타(41)는 요즘 불혹의 나이에 찾아온 「제2의 전성기」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정상에서 벗어나 있어 보았기에 지금은 훨씬 성공을 즐길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컴백보이」로 미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하며 주목받고 있는 사실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미 한번 겪어본 일이다.이제는 스트레스에서 해 방된 느낌이다』고 차분히 이야기했다.
그는 『난 한번도 영화계를 떠난 적이 없다』고 항변(?)하면서도 재기라는 말에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으며 성공을 가져다주는 것은 「기회」라고 설명했다.그는 『나는 연기자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자신감은 늘 있었다.그 러나 기회가다시 올 것인가에 대한 자신은 없었던 게 사실이다』며 『그 대목에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틴 타란티노다』고 말했다.그래서 『타란티노에게는 늘 빚졌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94년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타란티노감독의 『펄프 픽션』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리고 영화에 대해서도 새롭게 눈을 떴다.『저예산의 독립영화의 멋을 알게 됐다.
할리우드영화 자체가 타란티노 이후에 많이 바뀌어 이제는 저예산영화들도 생존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펄프 픽션』에서 마약중독자 갱스터로 등장한 그는 홍콩출신 존 우(吳宇森)감독의 액션영화 『브로큰 애로』에서는 핵무기를 탈취하는 테러리스트로,미국의 유머스릴러작가 엘모어 레너드 원작의 코미디 『겟 쇼티』에서도 역시 갱단의 해결사로 개성있는 악역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타란티노가 존 우와 엘모어 레너드의 열렬한 팬임을 생각하면 트래볼타와 타란티노를 콤비로 묶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트래볼타는 『타란티노는 배우로서의 나를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그는 자신이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내가 다음 에 무슨 역할을 할 것인지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준다』고 고마워 했다.
***독실한 사이언톨로지 신봉자 타란티노가 기회를 주었다면 침체기에 자신을 지탱해준 버팀목으로는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를 꼽는다.SF작가인 론 허버드가 창시,70년대에 젊은이들에게 확산된 사이언톨로지는 일종의 종교집단.학습을 통해개인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모임으로 트래볼타는 21년동안 독실한 사이언톨로지 신봉자다.그는 『75년 촬영장에서 갑자기 아팠다.그때 동료 한사람이 말한 것을 따라하니 말끔히 나았다.한번더 그런 경험을 한 뒤 「아하,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에 사이언톨로 지를 연구하게 됐다』고 밝힌다.
『영적인 세계를 믿는다』는 그는 마치 참선을 오래 한 사람처럼 맑은 얼굴과 눈빛,차분한 동양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뭔가 「건달」끼를 기대했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간 셈이다.독일최고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은 그 를 「가장 위엄있는 배우」로 호칭했다.
개런티 2천만달러(한화 약 1백60억원)의 톱스타대열에 합류한 트래볼타는 『겟 쇼티』이후로는 갱스터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진지한 연기들을 선보이게 된다.
존 터틀톱감독의 『현상(Phenomenon)』,로만 폴란스키감독의 『더블』등에 출연하는 그는 영화외에 소중한 것으로 「가족과 비행기」를 든다.그는 3대의 자가용비행기를 소유한 비행광이다.
베를린=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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