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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잘못” vs “자연적 현상” 100년 전쟁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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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 22면

2005년 9월. 미국 상원 환경소위원회 청문회장에 뜻밖의 인물이 증인으로 나왔다. ‘쥬라기 공원’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이었다. 지구온난화가 극단적 환경론자들에 의해 조작됐다는 내용을 담은 그의 소설 『공포의 제국(State of Fear)』이 논란을 일으키자 의회가 출석을 요청한 것. 3년간의 자료 수집을 거쳐 소설 집필에 들어갔던 크라이튼은 청문회에서 “온난화가 엄격한 연구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것인지 검증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0년 동안 온난화가 어디까지 진행될지는 컴퓨터 모델에 따라 400%의 차이가 나타난다. 이는 사실상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라고 했다. 온난화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구온난화 원인 뭐냐

온난화 논쟁의 출발은 1896년 스웨덴의 과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레니우스는 스톡홀름 물리학회에 기고한 논문에서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가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를 일으켜 지표면의 온도를 변화시킨다”고 발표했다. 아레니우스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두 배가 되면 온도는 5~6도 올라간다”며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빙하기의 도래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14~18세기 소빙하기의 혹독한 추위를 맛본 유럽인은 따뜻한 날씨를 열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레니우스의 주장은 주류 과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한다 해도 거대한 바다가 흡수할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1938년 영국의 증기 기술자 가이 스튜어트 캘린더는 “세계 전역의 온도 기록을 분석한 결과 산업 활동으로 인해 배출된 온실 기체가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그 역시 “인간에게 유익한 것”으로 봤다.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였다. 무기 생산을 위해 개발한 적외선 기술과 분석 장비가 기후 측정에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이산화탄소가 지표면보다 구름 위의 높은 대기에서 온실효과를 더 발휘하고, 바다가 예상보다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만을 흡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57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로 미·소 간의 우주 경쟁이 촉발되면서 기후 연구에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58년에는 ‘킬링 곡선’이 만들어졌다. 캘리포니아공대의 찰스 킬링 박사가 산업화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하와이의 마우나 로아 산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분위기는 반전됐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낙관론은 사라지고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번져 나갔다. 냉전에 따른 핵전쟁 공포와 함께 환경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70년대 지구촌 경제를 짓누른 ‘석유 위기’ 속에서 영국·프랑스·독일 등 선진국들은 대체에너지 개발에 들어갔다. 이들 나라가 97년 교토 의정서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주도하는 밑바탕이 됐다.

88년은 온난화가 최대의 환경 이슈로 등장한 해였다. 유엔 환경계획(UNEP) 과 세계기상기구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을 설립해 온난화 연구에 본격 착수했다. IPCC는 90년, 95년, 2001년 보고서를 내 경보음을 키워 나갔다. 3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2003년 유럽 혹서에 이어 2004년 영화 ‘투모로우’와 2006년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등 일련의 온난화 영화가 위기감을 부추겼다. 세계 각국의 과학자 2500여 명이 참여한 2007년 IPCC 보고서는 “20세기 중반부터 진행된 전 지구적 기온 상승은 인간의 활동으로 증가한 온실 기체 때문임이 거의 확실하다(very likely)”고 선언했다. 이러한 4차 보고서는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를 소수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회의론자는 “인간 활동과 관계 없는 자연적 현상”이라며 온난화론자와의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영국 방송인 ‘채널 4’는 지난해 3월 다큐멘터리 ‘지구온난화 대형 사기극’을 통해 “온난화론은 과장된 것일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해 4월에는 호주 애들레이드대 이언 플리머 교수가 “이산화탄소보다 태양 활동이 기후 변화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리가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 4월에는 환경 저널리스트 리처드 리틀모어가 하트랜드연구소를 통해 ‘인간의 영향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공포에 회의적인 500명의 과학자’ 명단을 발표했다. 온난화 대세론에 맞서 논쟁의 열기를 더해 가는 모습이다. 인류의 미래가 걸린 온난화 논쟁이 과연 어떻게 결론 내려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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