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0發60中' 17세 고교생 만점 쏘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 국내 사격 역사상 처음으로 공기소총 본선에서 600점 만점을 쏜 천민호가 창원사격장 백발백중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창원=정영재 기자]

남자 사격에 오랜만에 '대어'가 출현했다. 겁없는 고교 2학년 총잡이 천민호(17.경북체고)다. 천민호는 지난 10일 경남 창원사격장에서 열린 봉황기 전국 사격대회 겸 아테네 올림픽 국가대표 4차 선발전 남고부 공기소총에서 본선 600점 만점을 쏘았다. 60발을 모두 지름 0.5㎜의 10점 과녁에 명중시킨 것이다. 600점 만점은 태국의 테바리트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기록이며 국내 대회에서는 처음 나왔다.

천민호는 1~3차 선발전(599.598.597점)과 4차전을 합해 2394점(평균 598.5)을 기록, 5차전 결과에 관계없이 대표로 확정됐다.

대표선발전은 5차까지의 기록 중 가장 나쁜 점수 하나를 뺀 나머지 기록의 합계로 순위를 매긴다. 2위 최영전(상무.2384점)이 5차에서 만점을 쏴도 천민호를 앞지를 수 없다.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귀여운 얼굴의 천민호는 4차전이 끝난 뒤 "마지막 60번째 발을 쏘기 전에는 너무 긴장해 간신히 10점을 맞혔어요"라며 실감이 안 난다는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소감을 묻자 "중학 시절부터 지도해 주신 김성호(경북체고)코치와 함께 간다면 반드시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천민호가 금메달을 따면 한국 사격은 1992년 바르셀로나(여갑순.이은철)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게 된다.

경북 영주 출신의 천민호는 사격 코치였던 어머니 친구의 권유로 경북체육중 1학년 때 총을 잡았다. 타고난 재질 덕인지 남들과 똑같이 연습해도 기록이 월등히 좋았고, 덜렁대던 성격도 사격을 하면서 차분해졌다고 한다.

얼굴이 까무잡잡하다고 해서 별명이 '블랙 보이'인 천민호는 컴퓨터 채팅과 리니지 게임을 즐기는 평범한 10대다. 그러나 승부근성이 강하고 배짱이 두둑해 큰 대회일수록 과감하게 방아쇠를 당긴다.

지난 1차 선발전에서 599점을 쐈으나 방송사에서 여자 공기소총에서 400점 만점을 얻은 조은영(울진군청)만 인터뷰하자 코치에게 "내 기록도 대단한데 왜 인터뷰 안 하느냐"고 항의할 만큼 당돌하다.

사격 지도자들은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천민호가 겁없이 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아테네 스타'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창원=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