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회' 철학적 반성 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현대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단연 정보통신기술이며 그것을가능케 하는 것은 다름아닌 컴퓨터 기술의 발전이다.이같은 기술발전은 단순히 생산력의 증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생활양식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킨다.이런 상황에 맞춰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와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정보화사회론 관련 도서들이 국내에서도 다수 번역출간되었고,그것들은 또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우리를 압박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이론들에 철학적 반성을 시도하는 책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재 출간을 준비중인 『컴퓨터혁명과 철학』(A 라키토프 지음.문예출판사刊)과 이미 시중에 나와있는 『뉴미디어의 철학』(M포스트 지음.민음사刊),『기술정보화시대의 인간문제』(한국동양철학회 엮음.현암사刊),『사람과 컴퓨터』(이인식 지음.까치刊)가그것. 모두 컴퓨터.정보통신기술.뉴미디어 등에 철학적 해석을 개입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사람과 컴퓨터』는 생명공학과 정보기술의 결합으로 과연인간의 지능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인지공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컴퓨터가 인간과 같이 사고할 수 있는가는 인지공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인데 이 책은 바로 컴퓨터 과학의 성과에 기초해 이같은 질문을 정리.소개한 과학철학 도서다.
『뉴미디어의 철학』은 정보기술의 발전을 사회학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보드리야르.푸코.데리다.료타르 등의 탈구조주의를 정보화사회론에 결합시킨 이 책은 기호.정보.커뮤니케이션을 사회학적으로 재해석한 전형적인 책.
이상의 두 책이 정보통신기술 발전이 가져온 인지적.사회학적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라면 다음 책들은 이런 발전을 근본적으로 반성하는 철학서들이다.
『기술정보화시대의 인간문제』는 정보통신을 포함한 현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정보의 이기적 이용이 빚어낸 소외와 생태계파괴 등 다양한 인간의 문제를 동양사상의 입장에서 집중 조명한다.자연과 인간의 친화성에 주목해 현대 과학기술 의 부정적 결과를 넘어섬은 물론 새로운 과학기술 개념을 요청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달 중순께 나올 『컴퓨터 혁명과 철학』.옛소련의 저명한 과학철학자중 한명인 라키토프가 지은 책으로 옛소련 과학철학자들의 연구성과를 담고 있어 상당한 수준이 기대된다.특히 정보통신기술이 과연 진보와 순기능으 로만 작용할수 있는가 하는 러시아 나름의 고민을 일관된 문제의식으로 담고있다.과학기술은 철학적 반성이 개입될 때에만 그것의 인간학적.
사회학적 의미가 확정된다.그동안 무반성적으로 강요돼오다시피한 정보화사회에 대한 장미빛 전망은 지 성적 반성에 의해 재해석될필요가 있다.다양한 수준의 철학적 반성을 다루고 있는 이 책들의 출간은 고삐풀린 망아지에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김창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