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하나씨의 애국심이 정부보다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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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독도가 리앙쿠르 암석으로 ‘개명’될 뻔했던 위기를 모면했다. 30대 캐나다 동포 도서관 사서 김하나씨의 역할 때문이다. 미국 의회도서관으로부터 독도 관련 자료의 주제어 변경 방침을 통보받은 김씨는 즉각 우리 정부와 공관에 알렸다. 그러나 정부의 지지부진한 대응에 마음이 놓이지 않자 직접 다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각국의 한인 사서들과 공동 명의로 주제어 변경의 부당함을 알리는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미국 내 동포 사회의 협조도 구했다. 결국 도서관 측은 주제어 변경 회의를 무기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맥 놓고 있는 한국 정부 대신 한 사람의 애국심이 이루어 놓은 성과다.

김씨의 뛰어난 상황판단과 기민한 대처로 미 의회도서관의 움직임에 겨우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갈수록 많은 해외 기관 및 웹사이트에서 독도가 설 자리를 잃는 추세다. 세계 최대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마저 리앙쿠르 암석을 채택한 상황이다. 김씨는 “일본은 해외에 자신들을 알리고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데 적극적인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통탄했다.

일본 정부가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인 양 표현한 것도 국제사회의 여론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자신감의 발로에서다. 일본은 주기적으로 독도를 국제 분쟁화하려는 꼼수를 쓰면서 동시에 해외에 전방위 로비를 펼치는 치밀함을 보여왔다. 반면 한국은 일이 터질 때마다 의원들이 독도를 방문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미 세워놓은 교류를 취소한다 법석을 떤다. 그러나 이런 식의 쇼로 그때그때만을 넘길 수 없다.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김씨가 지적했듯 국제적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사이버 민간외교단체 반크가 지난 10년간 일본 학교들에 독도를 알려온 것, 해외 웹사이트에서 독도 표기를 바로잡아온 것도 참고할 만하다. 또 일본이 독도를 거론할 때마다 독도에 시설물 등을 착실히 더 구축해 완전한 유인도로 만들어 더 이상 분쟁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