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하락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그중 외국인의 ‘팔자’도 큰 몫을 했습니다. 외국인은 우리 시장에서 연일 주식을 내다 팔고 있습니다. 지난달 9일부터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순매도를 하고 있죠. 15일까지 팔아 치운 물량만 8조원어치에 가깝습니다.
많이 팔았으니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야 마땅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6월 9일 외국인 비중은 30.94%인데 15일 현재 외국인 비중은 30.5%입니다. 0.44%포인트 주는 데 그쳤습니다. 많이 팔았는데 왜 외국인 비중은 이만큼밖에 안 줄었을까요. 비밀은 바로 빌려서 주식을 파는 ‘공매도’에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진짜 가지고 있는 주식을 판 게 아니라 주식을 빌려서 팔아 치운 것이지요.
따라서 공매도를 하고 싶다면 일단 주식을 빌려야만 합니다. 이렇게 주식을 빌리는 걸 대차거래라고 합니다. 대차거래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할 수 있습니다. 주식을 빌려주는 사람과 외국인·기관이 따로 계약을 맺고 주식을 빌려주는데 따른 이자 및 수수료·담보·계약만기일 등을 정합니다. 개인들의 경우엔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리는 대주거래를 통해 사실상 공매도가 가능하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대차거래는 최근 들어 규모가 급증했습니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02년 말 1조원에도 못 미치던 대차거래 잔액은 지난해 말 16조원으로 증가하더니 최근엔 30조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대차거래는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활용합니다. 지난해 대차거래의 총 규모는 74조원인데 이 중 67조1000억원(91%)이 외국인들에 의해 거래됐죠. 금융감독 당국이 ‘외국인’ 공매도와 관련한 불공정 거래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낭패입니다. 40일 후 주가가 70만원으로 뛰었다면 어떨까요? 100주를 사는 데 7000만원이 듭니다. 팔 때(6000만원)보다 갚을 때 더 들어간 1000만원은 고스란히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렇게 대차거래를 통해 공매도를 하고 나면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입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대규모 공매도를 한 후에 루머를 퍼뜨려 특정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소문이 돌기도 합니다. 어쨌건 공매도 후 주가가 다시 오를 것 같으면 빨리 주식을 되사서 갚아야 합니다. 이렇게 주식을 갚기 위해 되사는 것을 ‘쇼트커버링’이라고 부릅니다. 최근에 증권사들이 “대차거래 잔액이나 비중이 늘어난 종목의 쇼트커버링 매수세가 유입되면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