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삐삐구두 봄거리 누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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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코끝 찡한 바람은 여전하지만 두터운 코트와 긴 부츠가 어딘지부담스러워진 요즘.머지않아 하늘하늘한 옷들과 함께 봄 거리를 누빌 구두는 어떤 모양새일까.
올봄 패션의 주된 테마는 오드리 헵번.재클린 오나시스로 상징되는 50,60년대 고전적인 여성미의 재등장.구두 유행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진 못하다.하이힐이 다른 어떤 스타일보다 주목받는 건 바로 그런 이유.날씬한 허리선이 강조되 는 A라인 원피스,파스텔 톤의 투피스 정장등 여성스런 옷차림에는 뭐니뭐니해도 하이힐이 제격이다.최근 몇년새 유행해온 통굽보다 윗부분과아랫부분이 굵고 가운데가 여성의 허리처럼 들어간 곡선형 굽이나전체적으로 날렵한 느낌의 뾰족한 굽 이 사랑받을 전망.
소재에도 겉옷의 유행경향이 고스란히 반영돼 새틴.비닐등 반짝이는 옷감으로 만든 옷에 어울리도록 구두에도 광택 소재가 많이쓰였다. 에나멜 외에도 부분부분 진주빛 광택이 도는 특수가공 가죽이 새로 선보인다는게 업계의 얘기.가격은 제 품.업체별로 차이가 있으나 메이커 제품은 대개 10만원 안팎.
㈜에스콰이아 상품부 나경옥과장은 아무 장식없는 기본형 하이힐외에도 『구두의 앞코 부분에 일자형으로 다른 가죽을 댄 「샤넬컷」,발등이나 발목에 끈이 달려 발레리나를 연상시키는 스트랩 슈즈,앞코나 뒤꿈치,혹은 발 옆선등을 노출시킨 슬리퍼.샌들형등다양한 디자인이 나와 있다』며 옷의 분위기에 맞춰 골라 신을 것을 권한다.예컨대 소녀 취향의 깜찍하고 앙증맞은 옷차림엔 기본형보다 스트랩 슈즈가 잘 어울린다는 것.
유행보다는 활동성을 중시하는 직장 여성.학생층을 위한 남성화느낌의 구두들도 변함없이 구두 진열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도회풍의 바지 정장,청바지와 티셔츠로 연출한 캐주얼한 차림에 모두 잘 어울리는 이른바 매니시 스타일의 구두로는 옥스퍼드.로퍼가 대표적.옥스퍼드는 원래 끈을 묶는 굽낮은 구두를,로퍼는 끈이나 단추없이 발등을 덮는 단화를 일컫는 말.요즘은 굽을 하이힐 수준으로 높인 것에서 앞코 부분에 자잘한 구멍을 뚫어 장식한 것,두가지 이상의 색과 소재를 섞은 것까지 투박한 인상을 피할 수 있는 갖가지 디자인이 나와 있다.
한편 감각파 신세대를 겨냥한 「삐삐구두」는 올봄에 선보인 이색 신상품.서울명동이나 이대앞 구두가게들에선 알록달록한 색상에앞코부분이 주걱처럼 퍼지다 끝만 삐죽이 올라간 야릇한 모양의 구두들이 시선을 끌고있다.어린이대상 TV영화 주 인공이었던 말괄량이 삐삐의 신발을 연상시키는 이 구두는 자기 발보다 두세 치수 큰 것을 신어 요즘처럼 땅에 질질 끌리게 긴 길이의 바지를 입어도 눈에 확 띄는게 특징이라고.값은 4만~5만원선.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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